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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종로맛집]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이문설농탕

 


뽀얗고 고소한 국물과 고기 건져 먹는 맛이 있는 뜨끈한 설렁탕! 종로 골목 사이에 무려 100년 동안이나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설렁탕 집이 있다고 해요. 수육과 소주 한 잔 하기에, 해장용으로도 좋을 설렁탕 맛집을 여러분께 소개드려요!

깐깐하게 관리하는 일관적인 맛과, 오랫동안 일해온 직원들, 아침마다 마장동우시장에서 보내온 한우사골로 담백하면서 고소하게 감치는 뒷맛을 가진 설렁탕이 탄생한다. 자연스럽게 감치는 담백하고 고소한 뒷맛이 100년 서울설렁탕 기본 진미라고 한다. 따라내는 배추김치와 깍두기도 창업당시부터 종로와 청계천변의 터전을 둔 상공인들과 안국동을 비롯한 북촌 양반들의 입맛을 아우르는 서울깍두기의 고유한 맛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우리음식에 관해 자랑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외국관광객이나 젊은 세대들이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100년 이상 오랜 내력을 지닌 대중음식점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우리 선조들은 익은 음식은 내놓고 파는 것을 매우 천박하게 여겼다. 음식은 그냥 나누는 것이지 돈으로 사고파는 개념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가족들의 저녁상을 차리다가도 지나는 객이 대문 안으로 들어오면 손님부터 먼저 대접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 다음은 조선왕조 중기 이후 처절하게 치렀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한일합병, 해방과 6.25전쟁 등의 사회적인 혼란이 음식은 물론 고유한 우리 것을 지켜내기 어렵게 했다.

이런 와중에서 최근 들어 창업 100년을 기록하고 있는 곳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그 첫 집이 종로타워 뒤에서 조계사 앞으로 옮겨 앉은 이문설렁탕이다. 1백년 내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객관성이 높다.

주인의 전성근(66)씨에 의하면 1980년대 중반까지 이곳에서 모임을 이끌어왔던 일석(一石) 이희승(1896~1989)선생과 역사학자 두계(斗溪) 이병도(1896~1991)선생 등, 서울태생의 노 교수들이 좌중의 의견을 모아 1902년을 창업년대로 일러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106세로 77년간 단골로 찾고 있다던 함씨성의 고객이 이를 확인해 주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1907년 또는 1905년이라고 전해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느 주장에 근거하든 100년이 넘은 것은 확실해졌다.

100년을 이어 온 주인들의 성품도 대단했다. 6.25전쟁 때 폐허가 되면서 손을 놓았다는 홍(洪)씨 성의 창업주는 경인선 열차를 타고 인천까지 설농탕을 배달해주어 당시 한전영업소의 일본인 책임자를 감동시켰다는 일화를 남겼다. 또 6.25직후 한옥 2층집을 복원해 잠시 가게를 맡았던 오(吳)씨 성의 2대 주인도 성실하기로 홍 씨 못지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3대 주인이던 유원석(작고)씨도 이화여전 출신의 반갓집 할머니로 음식에 관한한 손님 이상으로 까다롭다는 평을 들었다. 지금 주인 전 씨는 3대인 유 할머니의 아들이다. 이처럼 성실한 주인들의 영향이겠지만 주방 식구들도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20~30년씩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음식 맛도 70% 이상이 대물림해오는 연로한 단골고객들이 판가름해주고 있어 변할래야 변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처럼 100년을 다져놓은 탄탄한 기반주인이나 다름없는 직원들 그리고꾸준히 찾아주는 오랜 단골고객들 모두가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탕의 기본인 사골 뼈는 아침마다 마장동우시장에서 그날 쓸 신선한 한우사골을 보내오고 있고, 뼈를 고을 때도 꼭 알맞게 곤 뒤 건져내는데, 그래야 국물이 맑고 담백하면서 고소하게 감치는 뒷맛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감치는 담백하고 고소한 뒷맛이 100년 서울설렁탕 기본 진미라고 한다.

국에 얹는 수육도 양지 살 한 점과 머리고기, 만하(지라) 등을 골고루 섞어 얹어 구수한 맛을 더해준다. 어느 부위나 누린내가 없이 한우고기 고유의 은은한 향과 부드럽게 씹히는 질감이 뽀얗게 우러난 담백한 국물과 하나로 어우러진다.

따라내는 배추김치와 깍두기도 창업당시부터 종로와 청계천변의 터전을 둔 상공인들과 안국동을 비롯한 북촌 양반들의 입맛을 아우르는 서울깍두기의 고유한 맛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특별히 남다른 기교와 변화는 없지만, 100년 내력에 걸맞은 맛을 살려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후손에게까지 전해주어야 한다는 주인의 고지식한 마음이 훈훈한 여운을 안겨준다. 그 마음이 그대로 대물림해 200년 300년 오래도록 서울설렁탕의 맥을 이어가기를 소망한다.

종로 이문설렁탕 정보

  • 주소종로구 견지동 88(조계사 앞)
  • 전화번호 02-733-6526
  • 주요 메뉴
    • 설렁탕 7천원
    • 수육 2만8천원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