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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맛집 No.86] 영일만 앞바다의 순수한 자연의 맛 그대로, '구룡포'


동해남부 영일만은 회를 물에 말아먹는 ‘물회’의 본고장으로 이름나 있다. 영일만의 중심 어항인 <구룡포>를 간판에 내걸고 ‘영일만 물회’를 재현하고 있는 횟집주인의 꿈이 10년차로 접어들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곳은 ‘물회’는 물론, ‘물곰탕’, ‘막회’, ‘백고둥구이’, ‘과메기’ 등 영일만의 진품들을 현지와 꼭 같은 수준으로 재현해 내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고객들로 자리가 늘 가득 차고 넘친다. 



 


‘물회’, ‘회덮밥’, ‘막회’로 내는 생선은 영일만에서 나는 자연산 계절생선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어서 현지에서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보내오지 않으면 제 맛을 내기 어려운데다, 소비가 꾸준히 뒷받침되지 않아도 불가능한 일이다. 구룡포가 고향인 주인은 수산업을 하는 가족들이 아침 일찍 싱싱한 횟감을 골라 포를 떠서 면포에 꼭꼭 싼 뒤 얼음에 재워 보내오면 이것을 받아 ‘1일 판매’를 원칙으로 내는데, 수송 도중에 알맞게 숙성된 회가 저녁시간까지 제 맛을 이어주고 있다고 한다.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물회’를 내는데, 참가자미를 곱게 썰어 한 줌 얹고 채를 친 배, 무, 오이로 장식한 뒤 초고추장을 풀고 얼음을 얹어 준다. 골고루 섞어 비비는 동안 물기가 알맞게 형성되면서 ‘물회’ 고유의 맛이 배어나는 게 일품이며, 여기에다 얼음이 녹으면서 생긴 매콤한 국물에 맞춰 냉수를 살짝 붓고 국수사리따끈한 밥을 말면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감칠맛이 그대로 진미가 된다. 규모는 작지만 서울 강남에서 이런 구룡포 물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는 입소문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절이 겨울철로 접어드는 요즘, <구룡포>의 단연 인기 메뉴는 ‘과메기’. 주인 ‘황보 경희’씨의 ‘구룡포 과메기’ 예찬을 들어보면, 더하고 뺄 것이 없다. ‘구룡포 과메기’는 우리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꽁치를 구룡포 바닷물에 깨끗이 씻은 뒤 햇빛찬 바닷바람에 꼭 알맞게 말려 아무 것도 가미하지 않은 말 그대로 자연의 진미라고 말한다. 바닷물과 햇빛, 바람만을 이용한 순수한 자연의 맛이고, 구룡포 사람들은 먹을 때도 양념 없이 있는 그대로 꼭꼭 씹어 먹는다는 것이다.


 

 



서울 <구룡포>의 상차림은 주인의 배려가 다분히 깃들어있다. 고객들의 취향을 감안한 것이라는데, 영일만 일대 노지에서 재배한 배추쌈 들깻잎, 다시마, 묵은 백김치 등을 초고추장과 함께 곁들여 모양새를 갖추었다. 곱게 썬 과메기를 하나씩 올려놓고 순서대로 한 쌈씩 싸서 꼭꼭 씹는 맛이 어느 것이든 더도 덜도 없는 ‘구룡포 과메기’의 진미가 확실하다.   



 

또 한 가지, 겨울철 이맘때 가면 꼭 챙겨야 할 것으로 ‘백고둥구이’를 빼놓을 수 없다. 먼 바다에 나가 배에서 건져 올린다고 해서 ‘뱃고동’ 이라고도 부르는 영일만 앞바다의 귀물 중의 귀물이다. 계란 알처럼 하얀 껍질 속에 들어있는 고동의 쫄깃한 속살 내장이 한 줄로 따라 나오는데, 초고추장을 살짝 얹어 먹으면 달콤하면서 고상하게 감치는 묘한 맛초겨울 해물 안주로 따를 것이 없다. 



 


이래저래 ‘처음처럼’ 소주잔이 몇 차례를 오가게 되고, 부드럽게 취기가 오르면서 오감이 행복해질 즈음 끝마무리도 여한이 없다. 맑고 개운한 ‘물곰탕’, 일명 ‘곰칫국’이 모든 것을 하나로 감싸주며 온 몸을 편안하게 풀어주기 때문이다.   


영일만 앞바다의 싱싱한 자연의 맛을 가득 담은 최고의 해물 안주가 가득한 <구룡포>! 아무 것도 가미하지 않은 자연의 진미 ‘과메기’와 바다향을 가득 품은 쫄깃 담백한 ‘백고둥구이’, 온 몸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시원 칼칼한 ‘곰칫국’ 등 그 진미를 맛보고 싶다면, <구룡포>에서 부드러운 ‘처음처럼’과 함께 겨울바다 내음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