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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경기도맛집] 마방집 - 옛 주막의 흔적을 고이 간직한 100년 역사의 맛집

진정한 한식을 맛보고 싶다면, 마방진을 추천합니다! 고슬고슬 가마솥에 지어내는 쌀밥, 30가마의 메주를 쑤어 담그는 된장, 거기에 20가지 안주와 찬.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식 고유의 맛을 지켜온 경기도맛집 마방집을 방문하세요 :)

경기도 하남시에서 광주·이천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은 고속도로와 옛길 모두 긴 고개를 하나 넘는다. 고갯길 초입에 약수 같은 샘이 있어 고개 이름이 ‘샘고개’고, 이곳을 천현리(泉峴里)라 불렀다. 고갯길은 하남시를 벗어나면서 마방집이 들어앉은 나지막한 언덕에서 시작해 한참을 가다가 큰 고개로 접어든다. 마방 앞 첫 고개는 얼핏 보기에는 나지막한 언덕에 불과하지만, 흙길이었던 시절은 비가 한 차례 내리거나 눈이 녹아 질퍽한 수렁으로 돌변하고 나면 우마가 끄는 수레는 물론이고 사람도 발이 푹푹 빠져 큰 어려움을 겪었다.

마방(馬房)집은 지금 자리에서 1918년경 문을 열었다. 길을 사이에 두고 형은 건너편에서 마방을 하고, 동생은 주막을 운영했다. 그러나 마방은 6·25전쟁 직후 화물트럭이 등장하고 마차꾼들이 일손을 놓아 문을 닫고, 동생이 하던 천현주막 한 곳만 대물림하며 3대를 잇고 있다.

식당 운영을 맡는 이승종(52) 씨에 따르면 주막을 연 것이 기록으로 확인된 것이 1918년이고, 그 이전을 확실하지 찬지만, 100년은 족히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옥호가 천현주막에서 마방집으로 바뀐 것은 1988년 작고한 할아버지 이범룡 씨 때의 일이고, 이를 며느리 원연희(2004년 작고) 씨가 이어받아 다시 아들 삼형제에게 대물려 지금에 이른다.

100개가 넘는 대형 장독과 부뚜막에 걸린 무쇠솥 등, 옛날 천현주막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경기도 지역의 주막집 풍경과 상차림을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다. 매해 30가마의 콩으로 메주를 쑤어 담근다는 된장과 가마솥에 장작불로 지어내는 뜸이 확실한 쌀밥, 그리고 구수한 누룽지 숭늉 등, 한식 고유의 진미를 고루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집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내고 있는 된장뚝배기는 미리 큰 솥에 한 솥 끓여놓고 뜸을 들여가며 인원수에 맞춰 뚝배기에 덜어내 센 불에 바글바글 끓여 상에 올린다. 두부와 풋고추 애호박 버섯 파 무 등이 들어가고, 칼칼하면서 진한 된장냄새가 백 년 주막의 장맛을 가늠하게 한다. 찌개국물을 떠서 입에 넣으면 매콤하고 구수한 조선된장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지고, 집에 돌아온 후에도 며칠간은 문득문득 되살아난다.

이런 입소문이 경기도 내 토박이 원주민과 강남권 주부들의 발길을 이끌어내, 주 고객은 언제나 가족단위 손님과 주부들 음식모임이 주를 이룬다.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성장한 중·노년층 고객들이 향수가 깃든 맛이라고 칭찬한다.

전체적인 상차림은 반찬 그릇이 앙증스러울 정도로 작은 옛날 종지에 10가지가 넘는 푸성귀가 담겨 가지런히 오르고, 여기에 김치와 장떡 찌개 조림 생선구이 젓갈무침 등이 곁들여져 찬의 가짓수가 20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다져 석쇠에 굽는 석쇠불기와 더덕구이를 한 접시 추가로 주문해 놓으면, 20가지 반찬과 석쇠불고기가 모두 찬이고 안주가 된다.

찬의 가짓수가 호남의 남도 한정식과 맞먹지만, 그릇의 크기와 아내는 양이 매우 절제된 모습이다. 가짓수를 채워내면서도 취향대로 골고루 먹되 남기지 말라는 경기도 사람들의 몸에 밴 합리적인 정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성을 들이는 것이 밥이다. 큼직한 가마솥에 장작불로 지어 누룽지가 안도록 뜸을 푹 들인 쌀밥은 밥알이 투명하면서 기름진 질감이 유별나다. 여기에 구수한 누룽지 숭늉이 곁들이는데, 주방에는 20~30 년간 밥솥만 관리해오는 찬모가 따로 있다고 한다.

주말은 강남권에서 온 차들로 식당주위를 몇 겹 에워싸고 남았다는데, 마방집을 10년 20년씩 찾는 가족단위 손님들이 언제나 절반을 넘는다. 100년 역사를 눈앞에 둔 마방집은 안쪽에 70~80명이 앉을 수 있는 대궐 같은 기와집을 새로 지었다. 대를 이어 천현주막집의 된장찌개 맛을 지켜준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워낙 손님이 넘쳐나 친절과 서비스는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도 고객들의 발길은 여전하게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 메뉴 : 마방정식 1만1천원, 석쇠구이(1판) 8천~1만원, 더덕구이 1만원.
  • 주소 : 하남시 천현동 428
  • 전화 : 031-792-2049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