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 당면, 두부, 야채, 선지, 돼지 창자, 갖은 양념... 순대에 이렇게나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는 것 혹시 알고 계셨나요? 재료가 다양하고, 조리 과정도 복잡해 순대를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고 만들 때도 손이 많이간다고 해요. 정성이 듬뿍 들어간 찹쌀순대는 그대로 먹을 수도 있고, 순대국, 볶음, 전골 등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어 안주계의 팔방미인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이북에서 즐기던 전통적인 순대의 맛을 재현하려 노력했다는 평안도 찹쌀순대, 깊은 순대의 맛을 처음처럼 한 잔과 함께 음미해볼까요? :D

옛날 평양에서는 별미로 즐기는 찹쌀순대는 따로 빚었다. 이렇게 빚은 순대는 같은 북한순대지만, 보다 세련되고 정성이 가득했다. 그래서 북한지역에서도 평안도순대를 평양기생처럼 똘똘하다고 했다. 같은 토속별미라도 함경도순대와 순댓국에 말아내는 막순대에 비해 깔끔하고 진미가 있다.
굳이 찹쌀순대라고 하는 이유도, 평안도의 서해안으로 이어지는 기름진 평야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찹쌀이 함경도 차좁쌀보다 귀하다는 것을 은근히 강조하는 의미로 보인다. 순대 피(껍질)도 굵기가 일정하고 탄력이 뛰어난 소창을 사용한다. 여기에 찹쌀과 당면 두부와 야채를 균형감 있게 섞어 갖은 양념을 한 뒤, 맑은 피만 걸러내 소금 간을 해 알맞게 섞는데, 순대의 기본 맛과 색감이 이때 결정된다. 소를 비빌 때 참기름을 넉넉히 넣고 순대가 완성된 뒤에도 수시로 표면에 참기름을 발라준다. 순대 표면의 촉촉하면서 고소한 향미가 잡냄새를 끝까지 가려준다.
썰어놓은 모습이 마치 김밥을 썰어놓은 것처럼 쌀알이 영롱하게 내비친다. 상에 올릴 때도 간(肝)과 머리고기를 몇 점 곁들여 단정하게 담고, 여기에 고소한 돼지 앞다리사골 국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격이 된다. 그래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찹쌀순대 빚는 날이 잔칫날이나 다름없었다.

1)평안도찹쌀순대의 상징적인 메뉴인 순대국밥

평안도찹쌀순대는 지하철 강남역 11번과 12번 출구로 나와 건물 뒤편 골목으로 30미터쯤 들어간다. 2003년 개업해 내력은 오래지 않다. 하지만 주인 부부의 열정과 과감한 투자로 세월을 뛰어넘는 평안도찹쌀순대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그 맛과 모양이 예전 평양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2)평안도찹쌀순대집의 대표메뉴 “평안도찹쌀순대” 마치 김밥을 썰어놓은 듯 쌀알이 영롱하게 내 비친다.

더욱이 20~30대 젊은 연인과 직장인들이 물결을 이루는 강남대로 풍물거리에서 평안도지방의 전통순대로 이색적인 맛을 선보이며, 세대 간 교량역할도 하고 있다. 순대는 돼지의 부산물인 소창과 대창, 직장 등의 창자와 돼지 피 등 부산물들을 이용해 돼지고기를 재료로 하는 최상의 별미로 가꿔낸 한식의 걸작이다. 일상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삼겹살과 돼지갈비, 돼지국밥 등은 1~2차 조리과정을 거치는 단순요리지만 순대는 기본재료 외에 첨가되는 내용물이 많고 여러 단계의 조리과정을 거쳐야 하는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하도 손이 많이 가고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아 예부터 일반 순대와 차별화하여 고급순대로 구별해 맥을 이어왔다. 고도의 감각과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조리규범이 까다로운 고급요리라는 이야기다.

좌)금방 독에서 꺼내놓은 것처럼 싱싱한 깍두기우)고객들의 리필이 이어진다는 무채

순대에 유독 정성을 들여 명품순대를 완성해낸 고장이 북한의 함경도와 평안도다. 그중 이름난 것이 함경도 함흥지방의 왕순대와 평양의 찹쌀순대를 꼽는다. 그 진품들이 6․25전쟁으로 월남한 실향민 1세대들에 의해서 서울에서도 선보여 졌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실향민 1세대들의 수명이 다하고 시대변천에 따라 대중음식으로는 손이 많이 가고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5)순대집에 빼놓을 수 없는 풋고추된장

시내 대중음식점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춘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시중에 범람하는 순대는 옛날 5일장에서 돼지국밥이나 술국에 얹어내는 막순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조리과정이 열약한 양산체제에 의존하고 있다. 속을 채워 넣은 내용물도 선지와 돼지비계 기타 부산물을 마구잡이로 섞어 넣어 맛이나 건강한 식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6)소주안주로 더 인기가 있다는 철판볶음

그 실마리를 평안도찹쌀순대가 풀어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맛과 내용, 빚어놓은 모양이 예전 평안도찹쌀순대를 가장 흡사하다. 이를 위해 막대한 시설투자와 첨단 조리기기를 도입해 수작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이 안심하고 대중음식처럼 즐길 수 있는 생산체제까지 갖추었다.

7)소주와 막걸리에 모두 제격인 순대모둠전골

평안도 찹쌀순대는 순대용으로 가장 적합한 돼지 소창(작은창자) 한 가지를 사용한다. 그리고 찹쌀과 당면, 야채를 선지와 함께 비비고, 참기름과 후춧가루 등으로 양념을 해 꼭꼭 채워 넣는다. 다른 부산물은 들어가지 않아 빚어놓은 모습이 마치 김밥을 썰어놓은 것처럼 쌀알이 곱게 내비친다.

8)서비스로 나오는 술국

주인 부부는 원래 평안도찹쌀순대는 평양 부자들도 1년에 몇 차례 특별한 날에나 맛볼 수 있었다던 별미를 그대로 다 살려내려면 한이 없고, 고객들에게도 부담을 안겨주는 것 같아 적절한 선을 긋기가 참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고 마음만 먹으면 평양부자들이 즐겼던 최고의 찹쌀순대도 선보일 수 있는 준비는 다 해두었다고 한다.

9)24시간 열려있는 강남역 평안도찹쌀순대

조리시설을 순대 전문점으로는 처음, 국제식품안전규정인 해썹(HACCP)에 준한 수준으로 갖추었다. 그렇다고 공장 제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수작업을 첨단 기계시설로 바꾸어 보다 위생적이고 표준화함으로써 생산비를 절감하고 균일한 맛과 질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차원을 높인 것이라는 이야기다.

주인 김현준 홍미화씨 부부

주 메뉴는 찹쌀순대와 모둠순대, 돼지국밥이다. 그리고 점심메뉴로 평안도순대정식을 곁들이고 있는데, 작은 접시에 순대를 알맞게 담아내고 돼지국밥에 기본 찬을 갖추어 1인분 1만원으로 두 가지를 모두 맛볼 수 있다. 그밖에도 저녁시간에 별미로 내는 순대전골이 소주와 어우러지는 안주 겸 회식 메뉴로 인기를 모은다. 순대와 머리고기, 오소리감투를 당면과 야채를 섞어 얹고 얼큰하게 양념을 해 즉석에서 끓이는데, 평안도 사람들의 푸짐한 인심과 얼얼하면서 시원한 뒷맛이 소주나 막걸리 어느 것이나 제격으로 어우러진다.

평안도찹쌀순대
  • 주소 강남구 역삼동 820-2
  • 전화 02-553-3234
  • 주요메뉴
    • 돼지국밥 7천원
    • 모둠순대(중) 1만5천, (대) 2만3천원
    • 순대전골(중) 2만8천원, (대) 3만8천원
    • 오소리모둠 2만3천~2만8천원
    • 야채철판볶음 2만8천원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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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1동 | 평안도찹쌀순대 강남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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