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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종로맛집]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메밀국수전문점, 미진


아직 남아있는 여름 열기에 점심 시간만 되면 시원한 음식부터 먼저 찾게 되는데요. 냉면도 좋지만 요즘은 새콤달콤 국물에 찍어먹는 메밀국수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제대로 된 메밀국수를 만나보기 힘든 것도 사실인데요. 오늘 소개할 맛집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메밀국수전문점이에요~ 시원한 메밀국수와 함게 늦여름 더위를 이겨봐요 : )



달짝지근한 다시국물과 부드러운 면발, 소탈하고 넉넉한 주인의 인심에서 다다익선(多多益善)과 더불어 사는 경영철학을 배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 된 메밀국수전문점



‘미진’은 1954년에 문을 연 메밀국수전문집이다. 처음에는 광화문우체국과 마주보이는 종로통 대로변에 있다가 도로가 확장되면서 교보후문 앞으로 옮겨 앉아 10여 년을 보냈고, 다시 2008년 7월 대로변에 새로 들어선 르메이르 종로타워 1층으로 옮겼다. 줄잡아 54년, 서울의 메밀국수집으로 효자동입구에서 일본사람이 경영하다가 한국인 종업원에게 넘겨주고 간 제남국수가 한 곳 있었고, 한국인이 직접 문을 연 일본식 메밀국수가게로는 서울에서 처음이고 가장 오랜 곳으로 손꼽힌다.


단골들이 인정한 미진만의 독특한 메밀국수



개업 70년이 넘게 이어온 제남국수는 강남교보타워 뒤편으로 옮겼다가 2007년 주인이 타계하면서 문을 닫았다. 그러고 보면 서울에서 현존하는 메밀국수집으로는 내력이 가장 오랜 집인 셈이다. 미진은 메밀국수와 온 메밀이 주 메뉴였다. 하지만 주변의 분위기와 고객들의 취향이 바뀌면서 메밀전병과 메밀보쌈, 돌솥밥 등 메뉴가 다양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의 80% 이상은 이 곳 메밀국수 맛에 이끌려 찾는 단골고객들이라는 점이다. 가게도 청진동점과 압구정점 등 3곳으로 늘어났다.



고객층이 워낙 두텁고 회전이 빨라, 큼직한 솥에 다랑어와 멸치 다시마 무 등을 넣고 삶아 우려낸다는 달착지근한 다시국물도 큰 솥에서 우러난 독특한 맛이 완연하고 언제 먹어도 확실한 맛을 지니고 있다. 발이 약간 굵으면서도 매끄러운 메밀국수도 직접 눌러낸 자신들만의 독특한 경지를 닦아 반세기 넘게 대를 이어오며 장안에서 따를 곳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오랜 단골고객들을 흡족하게 하는 또 한 가지는 대부분의 메밀국수집에서 인색하기 쉬운 무즙을 아무리 무 가격이 비싼 철이라도, 수시로 갈아 큼직한 통에 가득가득 담아놓고 무제한 채워준다. 자리를 옮기면서 메밀 1인분(2판) 7천 원으로 현실화했고, 나머지는 크게 차이가 없이 낮 시간은 메밀과 온 메밀을 주 메뉴로 긴 줄을 서야 자리가 난다. 저녁시간과 주말은 메밀전병과 메밀보쌈, 돌솥밥 등이 곁들여져 보다 다양한 맛으로 여전히 고객들을 줄 세운다.


메밀국수와 함께 처음처럼 한 잔



일식 판 메밀이라고 소주 한 잔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굳이 메밀전병을 따로 주문하지 않더라도 달짝지근한 감미로운 국물을 마시면서 쌉쌀한 소주를 한 잔 곁들이면 다시국물에서 배나는 연한 비린내마져 말끔하게 가시고 입안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



오랜 고객들의 성원을 저버릴 수 없어 첫째는 정직한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소재를 국내산으로 하고 조미료도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재료에서 우러난 자연스런 맛을 살려내고 있다는 것이 주인의 설명이다.


미진 정보

  • 주소 종로구 종로1가 24(르미에르 타워)
  • 전화번호 02-732-1954
  • 주요 메뉴
    • 메밀 1인분(2판) - 7,000원
    • 온 메밀 - 7,000원
    • 메밀전병 - 5,000원
    • 메밀보쌈정식 - 7,000원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