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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수원맛집]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개운한 선지해장국, 유치회관

처음처럼 한 잔 마신 다음 날 꼭 찾게 되는 해장국! 오늘의 맛집은 수원에서 선지해장국 잘 하는 집으로 소문 났대요. 소뼈를 푹 고아낸 육수와 군내 없는 선지가 함께 내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고 하네요.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선지는 단백질과 철분이 많이 들어있어 건강에 좋고, 피부에도 좋다고 해요. 속도 풀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유치회관의 선지해장국,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

유치회관 하면 수원 사람 중에 모르는 이가 없다는 집이다. 수원의 토박이 미식가들이 수원의 갈빗집은 백 곳이 넘지만 선지해장국집은 단 한곳뿐이라고 자랑한다. 1972년 문을 연 뒤, 40년간 선지해장국 단 한가지로 한결같은 맛을 이어오고 있고, 24시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유치회관 주인 유치은(80세)씨 또한 토박이 수원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손꼽히는 명인이다. 고등학교 시절 축구선수였던 유 씨는 축구가 좋아서 졸업할 때가 되면 고의로 유급을 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하며, 고등학교를 7년이나 다녔다는 위인이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빠져 나오지를 못하는 성미 때문이었다는데, 이런 성격은 해장국집을 연 후에도 변함이 없다.

남다른 해장국 맛을 내기 위해 8순을 넘긴 지금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유 씨. 그는 자신의 해장국 맛은 언제나 진행형이라고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해장국에 콩나물을 넣었다가 25년 전 팽이버섯으로 바꾸었고, 국물 맛을 살리기 위해 사골과 갈비뼈를 넣기 시작한 것도 오래 전의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은 우족을 한 벌 넣어 입에 붙는 맛을 살려내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 머리고기와 갈빗살을 발라내고 남은 끝부분을 섞어 국물이 달고 부드럽게 감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을 들인 국 맛은 유 씨의 설명대로 담백하면서 부드럽고 뒷맛이 달짝지근하게 입에 붙는다. 새로운 재료를 넣고 빼는 실험은 손님의 반응을 살펴가면서 치밀하게 진행된다고 한다. 사골에서 우러나는 고소한 맛과 잡 뼈에서 나오는 구수한 맛, 갈비뼈의 단맛, 그리고 우족에서 우러난 붙는 맛이 합쳐져 입에 착 감기는 기본 국물이 완성된다는 이야기다. 조미료 한 톨 넣지 않는다는데도 국물 자체가 아무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간다.

선지도 도축장에서 금방 나온 소피에 돼지피를 8대 2로 섞는다. 그래서 한결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난다. 선지를 채에 받쳐 물기를 말끔히 제거한 뒤 삶아 건져내 찬물에 한 참 우려낸 뒤, 다시 맑은 물을 넉넉히 붓고 푹 삶아 지방과 군내를 말끔히 제거하는 과정에 정성과 노하우가 담겨있다고 한다. 쫀득하고 고소하게 씹히는 선지 맛이 시중의 선짓국과 차별된다. 선지를 따로 담아 넉넉하게 내는데, 선지를 먹어본 적이 없는 이들도 한번 입을 대면 덜어낼 생각을 접는다고 한다.

간을 할 때 소금과 함께 조선된장을 알맞게 풀어 넣는데, 이렇게 하면 맛이 자연스럽고 기름기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물이 맑고 담백하면서 뒷맛이 개운한 맛 비결이다. 하지만 기름은 탕이 완성될 때까지 계속 걷어내고, 뜨겁게 뜸 들이는 작업 역시 뚝배기에 국을 담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이렇게 담아낸 해장국은 몇 수저만 떠먹어도 응축된 열기가 온몸으로 확 퍼지면서 음식을 먹을 때 땀을 흘리지 않던 사람도 온몸에 땀이 훈훈하게 내밴다. 이런 효과가 숙취는 물론이고 축적된 피로를 풀어주는 열쇠가 된다. 숙취와 피로회복의 단방약과 같은 진미가 배나는 한식 고유의 실마리를 제대로 풀어내고 있는 해장국집인 셈이다.

가격도 6천 원. 크게 부담이 없는 편인데다 밥과 깍두기, 배추김치 무채 등을 작은 항아리에 넉넉하게 담아내 해장은 물론이고 한 끼 별미식사로 흡족한 분위기다.

유치회관
  • 주소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1가(인계동)1132-4
  • 전화 031-234-6275
  • 주요메뉴
    • 선지해장국 6천원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