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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명동 맛집] 시원하거나 혹은 매콤하거나, 냉면 맛집 명동함흥면옥

물냉면의 시원함과 비빔냉면의 매콤함, 간재미 회무침과 만두까지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명동의 오랜 맛집, 명동함흥면옥을 소개합니다~! 시원한 물냉면 국물이나 매콤한 회무침, 비빔냉면과 처음처럼 한 잔 어떠세요?

1970~80년대, 명동파로 불리던 멋쟁이 여성고객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던 명동함흥면옥. 지금은 우아한 은발머리의 중 노년 멋쟁이 할머니들이 옛날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매콤한 함흥냉면을 즐기고 간다. 세월을 바뀌어도 냉면 맛은 어디 가겠느냐는 주인의 말처럼, 맵고 땡기고 개운한 냉면 맛에 새로운 명동파 젊은 청춘 연인들과 덩달아 붐을 이루는 동남아계 관광객들로 발 들여놓을 틈이 없을 정도. 감기로 입맛을 잃었을 때 점심 한 끼나 퇴근길 간식을 겸해 따끈한 온수와 화끈한 회냉면 한 그릇은 명의가 따로 없다고 평가한다.

면발이 가장 세련되다는 전통을 지닌 명동함흥냉면

명동함흥면옥은 1973년 창업했다. 출발을 오장동과 종로4가 함흥냉면골목에 비해 다소 늦지만, 서울의 함흥냉면 3대 명소에 드는 명동함흥냉면의 진원지다. 명동에서 명동의 고유명사가 붙는 명동교자와 명동돈가스 등과 더불어 명동을 대표하는 음식명소로 40년 명성을 쌓고 있다.

명동함흥면옥은 개업 초기인 1970년대 초부터 80년대까지 ‘명동파’로 불리던 여성고객들의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며 당대 최고의 함흥냉면집으로 명성을 누리기도 했다. 인근에 한일관 평양냉면도 명성이 높았지만, 젊은 명동파 여성 고객들에게는 세련미를 앞세운 맵고 깔끔한 맛과 현대적인 감각의 분위기를 갖춘 명동함흥냉면을 더 선호했다. 그 여세가 지금까지 이어진다.

물냉면은 쇠고기 앞다리살(설깃살) 을 삶아 우려낸 맑은 육수에 말아내, 맛이 한결 담백하고 뒷 맛이 개운해  숙취와 감시 뒤끝에 입맛 살리는 데 일품

그 때 명동은 서울의 실질적인 유행의 진원지였다. 명동에 나가야 시대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할 정도 모든 유행을 선도했다. 의상과 머리 구두 등 패션분야는 물론, 영화와 연극 음악과 춤 등 대중문화와 음식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망라한 주요 인사들이 명동을 중심으로 활약했다. 연령층도 그만큼 다양하고 두터웠다. 특히 음식은 한일관과 삼오정, 고려정, 장수갈비, 명동섞어찌개와 명동교자를 비롯해 경양식으로 서호돈가스와 명동돈가스, 서울영양센터에 이르기까지 명동에 나가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진미들이 터를 다지고 있었다. 그리고 본전다방 돌체 르네상스 등 커피숍과 음악카페까지 말 그대로 명동시대를 구가했다.

선주후면의 소주안주로 일품인 가오리회무침

명동함흥면옥을 연 인정현(74세)씨와 부인 김정순씨는 황해도에서 월남한 피난민 1~2세대다. 인 씨는 명동함흥면옥을 열기 전, 1960년대 초, 당시 최고의 상권을 자랑하던 서소문에서 미성옥 설렁탕을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명동함흥면옥의 명성을 손색없이 가뀌내고 있는 인정현씨 부부

함흥냉면집을 열면서도 최우선 과제는 최고의 냉면집이었다고 한다. 그 첫 열쇠를 종로4가 곰보냉면에서 주방장을 영입하며 큰 어려움 없이 풀어냈다고 한다. 1960년 문을 연 곰보냉면은 주인이 본고장인 함경도에서 냉면집 첫자리(주방장) 경력을 지닌 서울의 함흥냉면 1호점으로 인정받았고, 당대 최고의 손맛과 정통성을 자랑했다. 현재 주방을 맡고 있는 박채석(65세)씨가 그 주인공이다. 박 씨는 십대후반부터 곰보냉면집에 몸담고 지금까지 외길을 걷고 있다.

그 다음 과제가 당시 누구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현대적인 감각의 인테리어였다. 고급 실내장식과 가구를 들여놓고 에어컨까지 설치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냉면 맛도 그 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다. 일부 식자재의 산지가 바뀌고 맵고 짠 맛을 다소 줄였지만, 서울에서 가장 세밀하고 탄력 있는 면발을 선보인다는 전통과 최고급 양념만큼은 흔들림이 없다고 한다.

함흥냉면 3대명소의 진원지로 손꼽히는 명동함흥면옥

국수사리는 예나 지금이나 100% 고구마전분을 사용하고, 인기메뉴는 여전히 회냉면을 꼽는다. 국수에 얹는 회 무침이 연안 홍어부터 시작해 가오리의 일종인 간재미까지 다 거쳤고, 지금은 스페인산 가오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맛과 품질의 손색이 없고 가격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서 넉넉하게 얹어내고 있다고 한다. 물냉면 육수도 사골을 필수로 사태와 정강이살 삶은 국물을 가미해 동치미국물로 간을 맞춘다. 세대가 몇 차례 바뀌고 있지만, 새로운 세대일수록 세련되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인정해주고 있다. 명동을 대표하는 진미 함흥냉면집의 자존심만큼은 추호도 흔들림 없다는 주인의 결의도 단호하다.

주 메뉴는 함흥냉면 고유의 회냉면과 물냉면 비빔냉면 3가지고, 별미로 내는 가오리 회 무침이 곁들여 있다. 겨울철로 접어드는 10월부터 4월까지 만둣국과 찐만두를 낸다. 만두는 가족들 손에 익은 황해도와 개성만두를 결합한 만두다. 크기가 알맞고 돼지고기와 두부 부추 애호박 숙주나물을 고루 섞어 넣은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아침시간과 오후 3~4시는 인근 호텔에 투숙한 아시아계 관광객들이 단체로 찾아와 절반이 넘는 자리를 차지하고, 점심은 언제나 자리가 모자라는 아쉬움이 있다. 주인이 자리를 비우지 않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고객을 맞아준다는 진기록도 갖고 있다.

명동함흥면옥 정보

  • 주소 중구 명동2가 25-1
  • 전화번호02-776-8430
  • 주요 메뉴
    • 물냉면,비빔냉면,회냉면 - 8,000원
    • 간재미 회무침 - 35,000원
    • 만둣국 - 8,000원
    • 찐만두 - 8,000원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