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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부암동맛집] 할머니가 빚어주신 정겨운 만두, 자하 손만두

이리저리 수저를 움직일 필요 없이 젓가락질 한 번으로 야채와 고기를 모두 맛볼 수 있는 만두! 만두와 소주를 함께 먹으면 맛있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의외로 부드럽게 잘 어울린답니다. 처음처럼과 함께하면 좋을 오늘의 추천 맛집, 자하 손만두를 소개합니다! ^^

조선 시대부터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곁에 있었던 만두.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빚어 먹었던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손만두집이 있다. 서울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암동 언덕길에 있는 자하 손 만두집. 대를 이어가며 유지되어 온 이 손만두 집에서는 옛 서울의 가정집에서 빚어먹었던 전통적인 서울 만두를 맛볼 수 있다. 갖은 양념과 야채, 고기로 정성스레 만들어진 만두소와 정갈한 반찬이 기존의 냉동 만두에 익숙해져 있던 입맛을 깨워준다.

음식문화사에서 인류가 곡물을 가루로 만들어 사용한 것은 불의 발견 이후 가장 큰 업적이라 할 만하다. 그 걸작이 국수와 빵 그리고 다양한 만두다. 한국만두의 기원은 고려 때 중국으로부터 전래해 조선중기에는 우리 고유의 만두가 토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한국만두는 한국인의 정서가 듬뿍 담긴 계절음식으로 발전해 지역별로도 특색이 뚜렷해진다. 전래한 경로에 따라 평안도와 황해도 만두는 모양새가 다소 투박하고 대륙적이면서 내용이 충실했고, 보다 세련미를 갖춘 개성만두 편수에 이어 세련미와 아름다움, 깔끔한 맛을 동시에 이뤄낸 서울만두로 꽃피워진다. 또 한 가지 한국만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세계에 유례가 없을 만큼 자연식에 가까운 건강식으로 뿌리내려졌다는 점이다.

만두는 그 종류가 지역의 이름만큼이나 다양하다. 단 한 가지 공통점이 어느 고장에서나 가족이 둘러앉아 직접 손으로 빚어 고유한 정서를 담아내는 것을 미덕처럼 아름답게 여겨왔다. 그래서 한국 사람은 만두 빚는 것을 즐거워했고 가족들의 체취가 밴 푸짐한 만둣국을 마련해 훈훈한 향수와 화합의 마음을 다졌다.

한국만두는 이처럼 하나하나 가족들의 손으로 빚어내는 손 만두를 으뜸으로 쳐준다. 서울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암동 언덕길에 이름난 손 만두집이 자리 잡고 있다. 자하 손 만두집이다. 1990년대 초 문을 열어 내력은 오래지 앉지만 이름 그대로 가족들이 모여앉아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낸 손 만두로 감동을 안겨준다. 만두집을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서울할머니와 만두를 예쁘고 빠르게 빚는 재주를 타고났다는 손녀딸들이 모두 토박이 서울사람들이다. 2~3층 구조의 만두집은 살림집을 크게 손 댄 곳이 없이 사용해 마치 가품 있는 가정집을 방문한 듯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해 만두집으로는 더 어울린다는 칭찬을 듣기도 한다.

메뉴는 만두 한 가지로, 만둣국과 찐만두 선물용 만두바구니 등 가족들이 직접 빚어서낸다. 처음 시작부터 팔순의 서울할머니가 직접 만두 빚는 일을 주관하며 서울만두의 모양새와 국 맛을 가늠해주었다. 10여 년간을 하루같이 만두를 빚어내며 만두를 가장 빠르고 예쁘게 빚는 손녀딸 박혜경(60)씨에게 손맛을 대물림해주고 2011년 102세로 손을 놓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만두는 옛 서울의 가정집에서 빚어먹었던 전통적인 서울만두라는 것을 큰 자랑으로 내세운다. 만두 소는 두부와 숙주나물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섞어 넣은 반달형의 단정한 모습이다. 시중에 내놓은 이북만두와 공장만두에 비해 어느 모로나 세련되고 얌전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 고객들의 평이다. 모양 뿐 아니라 만두소도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알맞은 비율로 섞어 넣고, 두부와 숙주나물 표고와 무 배추가 꼭 알맞은 비율로 섞여 들어가고 양념도 소금과 간장 마늘 파 부추 후춧가루 참기름과 과일즙 등 갖은 양념을 다해 버무려 넣는다. 그리고 어느 것이나 준비과정부터 물기를 꼭 짜서 소가 질퍽하지 않고 촉촉하면서 부드럽게 감치는 맛이 나야 얌전한 서울만두라고 설명한다.

따라내는 찬도 잘 익혀 깔끔하게 썰어 담은 배추김치와 짭짤한 밑반찬들이 계절에 따라 궁합을 이뤄낸다. 선물용 만두는 녹 홍 황 백 4가지 색상을 내 곱게 빚어 냉동해놓고 선물용 만두바구니에 담아 판매하는데, 손 만두집의 명물로 꼽힌다. 서울할머니의 손맛 밴 서울만두와 서울사람들의 깔끔한 상차림을 재현해놓은 식탁에 앉아 즐기는 서울만두 맛이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 만두를 먹는 내내 창밖으로 비치는 인왕산 자락의 마을풍광이 한 폭 산수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즐거움을 더해준다.

자하손만두
  • 주소종로구 부암동245(북악스카이웨이 입구)
  • 전화02-379-2648
  • 주요메뉴
    • 만두국 10,000원
    • 찐만두(편수) 7개 10000원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