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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서울맛집] 유래회관 - 옛 양반들이 보신탕을 대신해 즐겼던 여름철 보양식

육개장은 일명 대구탕이라 부르기도 한다. 육개장은 쇠고기(肉)로 끓인 개장국이란 뜻이고, 대구(狗)탕 또한 개장국을 대신한 탕국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삼복에 개를 잡아 복달임으로 즐겼던 시절, 양반체면에 차마 그럴 수가 없어 개를 대신해서 쇠고기의 맛있는 부위를 골라 대파와 무를 듬뿍 넣고 시원하게 끓여 보신탕처럼 먹었던 것이다. 보기에는 얼큰하고 기름지게 보이지만, 상상 외로 담백하면서 부드럽게 감치는 뒷맛이 양반음식답다.

 

<유래회관>은 성동구보건소 앞에서 명성을 쌓고 있는 등심구이집이다. 1970년에 문을 열어 처음 10년은 중국요릿집을 경영하다가 80년대로 들어서면서 한우등심구이 집으로 업종을 바꾸어 등심구이로만 30년이 넘는다.

주인 박종현(77세) 씨는 10대 후반부터 요식업에 몸을 담아 중식과 한식을 바꿔가며 한 장소에서 50년 터전을 다져오고 있다. 부부가 직접 음식을 손보아내며 찬 하나하나에도 남다른 맛이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반세기 가까운 내력을 이어오는 동안 처음에는 길가에 나앉은 한옥 한 채로 시작한 구이집이 한옥 5채로 늘어났고, 2천 년대로 접어들며 한옥을 모두 헐고 5층 본관과 주차타워를 세워 5백석 규모의 대형식당과 70대분의 주차공간을 갖추었다.

메뉴는 등심 단 한 가지다. 고기값의 오르내림에 관계없이 충남과 광주지역에서 올라오는 100% 한우등심만을 내는데, 그중에도 암소등심으로 달라고 하면 지방이 대리석 무늬처럼 아로새겨진 암소꽃등심만 담아줄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 굽는 방법도 무쇠로 된 오목한 철판에 쇠기름을 녹여 바르며 구워내, 왕십리 일대의 등심구이의 특색을 완벽하게 살려낸다.

고기를 다 굽고 나면 철판에 깍두기를 썰어 넣고 볶음밥을 해주거나 3년 묵은 된장을 풀어 된장국수를 끓여주는데, 유래회관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경지로 소문나 있다.

묵은 된장이 들어가 구수하면서 담백한 국수 맛도 별미지만, 고기를 먹고 난 텁텁한 입맛을 말끔하게 마무리해주는 묘미가 있다. 음식가격은 2인분을 기준으로 정확하게 400g을 저울에 달아내는데, 웬만해서는 볶음밥이나 국수를 다 먹지 못할 정도로 양이 넉넉하다.

특히 점심에 내는 육개장은 예전 서울사람들이 여름철에 즐겨 먹었던 육개장 또는 대구탕의 진미를 완벽한 수준으로 살려내 중노년층 토박이 서울사람들의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옛날 육개장의 진수를 소문내주고 싶을 만큼 제맛을 내주고 있다. 주 고객 역시 10년, 20년 대물려 찾고 있다는 오랜 단골고객과 가사모임, 10명, 20명씩 단체예약을 하고 오는 직장인들이 주축을 이룬다.

  • 메뉴 : 육개장 7천 원, 냉면 7천 원, 등심구이(200g) 1인분 3만 5천 원.
  • 주소 : 성동구 홍익동 357(전철 상왕십리역 2번출구)
  • 전화 : 02-2293-8866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