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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공주맛집] 이학식당 - 순하고 달짝지근한 뒷맛이 감도는 공주시 대표 국밥

이학식당은 충남 공주시의 상징적인 국밥집이다. 처음 국밥집을 연 고봉덕(2011년 86세로 작고) 할머니의 손맛을 둘째 아들 성기열(55) 씨와 며느리 최순희(47) 씨가 이어받아 가업을 잇고 있다.

고씨 할머니는 1926년 공주군에서 태어나 당시 읍내에서 일식조리사로 명성을 얻고 있던 성천경(작고)씨와 혼인해 읍내로 이주해 살았다. 1947년 6·25전쟁으로 한참 어려움을 겪을 때, 공주에서 처음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다는 ‘후생식당’이란 이름으로 대중음식점을 연 것이 첫 출발이다.

이렇게 문을 연 식당을 당시 번화가였던 시외버스 한흥여객터미널 앞으로 옮기면서 버스회사 이름을 딴 ‘한흥식당’으로 바꾸었다가, 1967년 새 건물을 짓고 지금 자리로 이전하면서 ‘이학식당’으로 이름을 한 번 더 바꾸었다.

이런 성공의 기반은 음식 맛과 넉넉한 인심이었다. 고씨 할머니는 조리사였던 남편 못지않게 손맛이 남달랐고 어떤 음식이든 손만 대면 손님들이 줄을 서게 했다, 이런 손맛이 공주를 대표하는 대중음식점으로 성장하는 초석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며 고 박정희 대통령이 식사하고 가며 그 명성이 더욱 확고해졌다. 이때가 1967년이다. 이후로도 박 대통령은 충청도를 시찰할 때마다 3~4차례 더 들러 국밥을 먹고 가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학식당의 주메뉴는 육개장이고, 갈비탕과 설렁탕을 곁들인 전통국밥집이다. 메뉴판에는 옛날따로국밥이란 이름으로 올라 있지만, 빨간 고추 기름장으로 맛을 낸 고유한 한식 육개장이다. 한우 사골국물에 기름을 말끔히 걷어내고,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해 무와 대파가 흐물흐물해지도록 푹 끓인 다음 양짓살 무친 것을 한 줌 얹어 낸다.

국 맛은 할머니 때와 조금 달라졌다고 한다. 할머니가 주관하던 2천 년대 중반까지는 사골 외에 뼈와 내장 등 국거리가 몇 가지 더 들어가 국 맛이 지금보다 깊고 묵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손님들의 취향에 맞추어 사골과 사태 살만 쓰고 있다.

보기에는 여전히 뻘건 국물이 몹시 얼얼할 것 같지만 의외로 맛이 순하고 부드럽다.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끝까지 이어지고, 달짝지근하게 남는 뒷맛이 오래 먹어도 물리지 않고 인이 박인다. 함께 내는 찬도 전통 국밥집의 규범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상큼하게 익은 깍두기와 수시로 무쳐내는 겉절이 형태의 배추김치가 탕 맛을 받쳐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음식 맛이 한결같은 비결은 주방을 맡은 백순팔(55) 씨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백씨는 10대 후반에 할머니의 부름을 받고 주방에 들어와 손맛을 익힌 뒤 40년간 국솥을 지켜오고 있다. 식당을 대물림한 성씨 부부도 손님들을 위하는 마음이 천사처럼 정직하다. 성씨는 충남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 주자이고, 부인은 바이올린이 전공이다. 국밥집을 해서 정직하게 번 돈으로 자신들이 바라는 지역문화육성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한다.

공주에서 태어나 중·고교를 거친 공주사람이라면 먼 곳에 나가 살아도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로 공주를 찾으면 웬만큼 바빠도 이학식당 국밥 한 그릇은 먹고 가야 다녀가는 보람과 마음의 위안이 된다는 친할머니의 손맛 같은 진미 국밥이다.

  • 메뉴 : 육개장, 갈비탕, 설렁탕 모두 8천 원.
  • 주소 : 충남 공주시 중동 147-58
  • 전화 : 041-855-3202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