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항식당은 제주항 서부두에 있다. 1991년 주인 오복진(48)씨 가족이 문을 열어 올해로 22년째를 맞고 있다. 제주도를 웬만큼 알고 찾는 육지 사람들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이름난 고등어회 전문집이다. 내력이 크게 오래되진 않지만, 90년대 초까지 누구도 상상 못했던 고등어회를 메뉴에 올린 것이 대박이 나 제주도를 대표하는 횟집 반열에 들었다.

오씨 가족은 본래 제주도에서 뱃길로 1시간 가깝게 떨어진 추자도 사람들이다. 추자도는 제주도산 고등어와 삼치, 멸치 등의 등 푸른 생선의 주 어장이다. 오씨 아버지 역시 고등어잡이 어선을 갖고 있었고, 음식솜씨가 남달라 직접 잡은 고등어로 회와 죽, 구이, 찜 등 다양한 고등어요리를 만들어 가족과 함께 즐겨왔다.

오씨는 다 성장한 후에도 그 맛이 지워지지 않아, 80년대 중반 주변에 횟집들이 들어서 성황을 이루는 것을 보며, 아버지의 고등어회와 고등어요리라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물항횟집’ 간판을 내걸었다.

고등어에 관한 한 겉모습만 보아도 그 신선도를 가늠해 회로 먹을 수 있는지 여부와 어떤 요리를 해야 제 맛이 날지를 판단해낼 정도였지만, 주변에서는 고등어회를 누가 돈 주고 사먹겠느냐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가족들의 회 솜씨와 넉넉한 인심은 제주도 사람과 육지에서 온 여행자들의 입맛을 놀라게 했고, 가게 앞에 줄을 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물항식당의 대표메뉴는 여전히 고등어회와 고등어구이, 고등어조림이다. 고등어는 7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 잡히는 제주도 연안의 대표적인 생선이고, 살이 두텁고 기름지면서 영양가도 뛰어나다.

하지만 성질이 급해 잡히는 즉시 죽는다. 신선도 유지가 힘들어 제주도에서도 횟감으로 내기가 조심스러운 횟감이다. 더욱이 고등어는 지방이 독특해 배에서 급랭해도 제맛이 나지 않는다. 도심이나 부둣가 활어횟집에서 수족관에 가득 담아놓고 내는 고등어도 양식 고등어고 자연산 고등어와는 맛과 질감이 전혀 다르다.

회로 내는 고등어는 100% 자연산이어야 하고 잡는 즉시 파닥파닥 뛸 때 찬 얼음물에 넣어 질식시켜 와야 한다. 횟감으로 다듬은 뒤에도 면포에 싸서 얼음 속에 묻어 숙성시켜가며 하루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이런 조건을 다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회전물량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고등어회를 낼 수가 없다. 하지만 회를 떠 놓으면 어느 생선보다 생기가 있고 고소하다는 첫인상 만큼은 따를 것이 없다.

먹는 방법도 다른 횟감과 달리 초고추장이 아닌 상큼하게 맛을 낸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다. 초고추장을 찍으면 살짝 풍기는 고등어 고유의 향미를 감지할 수 없게 된다. 한 점 집어 양념장을 찍어 입안에 넣으면 담백하고 깔끔한 차별된 맛이 그냥 맨입에 먹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따끈한 밥에 얹거나 쌈을 싸도 여전히 각별한 맛을 지울 수가 없다.

어떤 형태로든 고등어 자체의 맛을 내려면 먹는 법이 단순할수록 좋다, 뒷받침하는 간장소스도 양조간장에 마늘을 굵게 갈아 넣고 고춧가루와 식초를 풀어 맛을 내는데, 조미료와 설탕은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된다.

가격도 제주도 연안의 다른 횟감에 비해 언제나 조금은 저렴한 편이고 양이 넉넉해 부담을 덜어준다. 손님마다 이색적인 횟감에 취한 흡족한 표정들이 훈훈한 분위기를 이뤄내 좋은 인상으로 남는다. 횟집 앞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어선들이 가득 들어선 시원한 제주어항풍광과 바닷냄새가 싱그럽기 그지없다. 연중 쉬는 날이 없고 오전 8시 30분부터 식사가 가능하다.

  • 메뉴 : 고등어회(1접시) 3만 원, 고등어조림(대) 2만 5천 원, 고등어찜(소) 2만 원. 고등어구이(1마리) 2만 원.
  • 주소 : 제주시 건입동 1319-75
  • 전화 : 064-755-2731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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