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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남원맛집] 남원새집추어탕 - 남원추어탕으로 특허받은 원조집

남원새집추어탕은 남도추어탕을 상징하는 ‘남원추어탕’의 원조집이다. 추어탕 한 가지로, 한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뿌리내려 전국 어디를 가든 추어탕집 간판에는 남원이란 두 글자를 써넣어야 손님이 들어온다고 할 만큼 위상이 대단하다. 광한루 주차장에서 1백여m. 전주~여수 간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접근이 매우 편해졌다. 남원새집추어탕은 1959년, 서삼례(2009년/86세로 작고) 할머니가 창업해 50년 넘게 이어오다가 조카딸 서정심(52)씨에게 대물렸다. 평생 동안 혼신을 다하고 간 창업주의 정신과 밑그림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서씨 할머니는 19세 되던 해, 섬진강 하류인 경남 하동에서 출가해와 전라도 사람이 됐다. 그래서인지 이곳 추어탕은 경상도 사람이나 전라도 사람 모두가 고향의 맛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맛은 서씨 할머니의 평소 음식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할머니가 한참 명성을 날리던 70~80년대까지도 자연산 미꾸라지가 쓰고 남을 정도로 흔했다. 그래도 할머니는 단 한 번, 미꾸라지를 대충 살펴서 들여놓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미꾸리지의 상태를 직접 꼼꼼하게 살펴보고 눈에 들어야만 들여놓았고, 한겨울에는 땅을 파서라도 제대로 된 미꾸라지를 내놓아야만 받아 놓았다.

이런 선별과정을 거친 뒤에도 몇 가지 원칙을 더 정해놓고 철저하게 지켜냈다고 하는데, 그 첫째가 미꾸라지를 맑은 물에 깨끗이 씻어내는 일이었다. 미꾸라지 자체에 이물질과 냄새가 말끔하게 제거된 뒤에야 솥에 안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육수는 다른 것을 일절 섞지 않았고, 미꾸라지 삶은 제 국물에 가을에 말려놓은 시래기와 토란 줄기 고구마 잎줄기, 배추우거지, 들깨 등을 골고루 섞어 넣었는데, 그 정신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간은 집에서 담근 조선간장으로 하고, 모든 것이 부드럽게 녹아들어 일체감이 나도록 푹 끓인 뒤, 된장으로 한 번 더 간을 해 진미를 이끌어낸다. 묵은 간장에서 배어 나오는 은은한 단맛과 구수하면서도 개운한 된장 맛이 어우러져 언제 누가 먹어도 자연스럽고 속이 편안하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할머니가 늘 강조한 것이 ‘장맛과 정성’이었고, 서씨 역시 할머니 못지않게 철저하게 강조한다. 끓이는 과정의 불 조절과 끓이는 시간은 오랜 경험과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육감이어서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살림이 어려울 때, 추어탕 집을 시작해 많은 고객의 도움으로 큰 성공을 거둔 만큼, 손님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아 고객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을 철저하게 가르쳤고, 그 가르침을 한결같이 지켜내고 있다고 한다.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유산 중에는 추어탕 외에 추어숙회도 있다. 알맞은 크기의 미꾸라지를 볶듯이 쪄낸 것인데, 서씨는 할머니의 손맛을 기리기 위해 남원추어탕의 이름으로 특허를 받아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대에서 추어깻잎튀김을 한 가지 더 추가해 추어탕 한 가지만으로는 어딘가 허전하다는 단골고객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튀김용 미꾸라지는 가시가 연한 자잘한 자연산 미꾸라지를 선별해 소금을 뿌려 표면의 점액을 말끔하게 씻어낸 뒤, 튀김가루에 굴려 초벌튀김을 한다. 이렇게 튀겨낸 미꾸라지를 한 마리씩 연한 깻잎에 말아 한 번 더 튀겨 소쿠리에 담아놓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달걀을 옷을 입혀 즉석에서 튀겨 상에 올린다. 두 번 입히는 튀김옷과 세 번 반복해 튀긴 것이어서 속심처럼 들어있는 부드러운 미꾸라지와 파란 깻잎, 샛노란 달걀 옷이 하나로 어우러져 바삭바삭 씹히는 고소한 뒷맛이 맨입에 먹기 좋을 정도로 남원새집의 또 다른 별미다.

젊은 주인이 살림을 총괄하면서 남원새집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납작하고 어둑한 옛 추어탕 집은 3층 규모의 성곽 같은 빌딩으로 변모했고, 추어탕에 들어가는 시래기는 해발 7~8백m인 지리산 운봉면에서 직접 농사지은 것으로 100% 자급하고 있다. 손님상에 내는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모두 이곳에서 재배한 친환경 채소라고 한다. 미꾸라지도 자연 상태에서 직접 길러 사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는데, 미꾸라지의 천적인 보호조류와 파충류의 접근을 조화롭게 풀어내면, 앞으로 1~2년 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우선은 튀김과 숙회는 이처럼 자연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추어탕에 사용하는 미꾸라지 역시 남원시의 지원을 받는 미꾸라지 양식농가의 것을 사용해 믿을 만하다고 한다.

서씨에 의하면, 미꾸라지는 모든 먹이사슬의 기초가 될 만큼 깨끗하면서 독이 없고 영양소가 풍부해 몸에 이로운 먹을거리라는 것이다. 혐오식품처럼 여겨온 미꾸라지의 선입견을 벗겨주고 누구나 친숙하게 먹을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할머니는 남모르게 행한 선행도 적지 않아 젊은이들을 위한 장학지원도 꾸준히 실천했고, 일손을 놓은 후에는 무의탁양로원을 사비로 운영하며 선행을 베풀었다. 그래서 남원에서는 새집 서삼례할머니 하면 ‘손 큰 밥장수’란 이름으로 통했다. 음식가격을 언제나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도 할머니 때부터 전해오는 전통이라고 한다.

  • 메뉴 : 추어탕(1인분) 7천원, 추어튀김(한 접시) 1만원.
  • 주소 : 남원시 천거동 160-206
  • 전화 : 063-625-2443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