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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경기도맛집] 대길토종옻닭 - 위장은 따뜻하게, 위벽은 튼튼하게 해주는 명약

옻하면 무심결에 만졌다가 엄청 간지러웠다, 혹은 관련 음식을 먹고 응급실에 갔다 등 부정적인 이야기에 겁부터 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조심해서 먹는다면, 위가 건강해지고 몸의 온기를 소생되는 등 많은 효능을 느끼실 수 있답니다. 오늘 이 포스팅을 통해서 옻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확 바꿔드릴게요~ 한방약재를 다루던 솜씨로 명약을 만드는 대길토종옻닭을 소개합니다!

약재로 사용하는 옻나무는 자신의 몸통을 보호하기 위해 껍질과 표면에 강한 알레르기 현상을 일으키는 하얀 점액층을 지니고 있다. 이 점액과 냄새가 곤충의 애벌레를 비롯해 나무껍질을 벗겨 먹는 염소나 동물들이 접촉하면 몹시 가렵고 심하면 물집이 생겨 고통을 겪게 한다. 사람도 예외일 수가 없다. 하지만 사람의 지혜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옻나무가 지닌 황금 같은 가치를 찾아내 맛으로 즐기고 약재로 사용한다. 실제로 옻나무의 속살(속심)은 밝은 황금색이 난다. 가장 큰 효과가 사람의 체온을 따뜻하게 개선해주고 위장의 벽을 튼튼하게 보완해 위장에 생겨나는 화근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대길토종옻닭은 영동고속도로 덕평IC에서 곤지암 쪽으로 2.5km 떨어진 도로변에 있다. 1990년에 문을 열어 20년 남짓한 옻닭전문집이다. 주인 김대길(73) 씨는 1970년대 초반 성남에서 한의원을 하면서 선대부터 이어오는 옻 처방의 하나인 “옻닭”이 한약방보다 손쉽고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도 이천 마장면에 터를 마련하고 옻닭전문점을 열고 옻나무를 심어 가꾸고 있다.

김씨는 옻물에 닭을 삶아내는 기본 개념은 어느 옻닭 집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옻닭은 옻나무의 선별과 조리과정이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옻나무의 선별이다. 김씨는 옻나무 가지나 옻나무 껍질 말린 것으로 국물을 내는 시중 옻닭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다음은 옻물을 낼 때 마치 탕약처럼 큰 솥에 옻나무를 안치고 오랜 시간 푹 달여 옻 국물이 흰 그릇에 묻으면 노란 색깔이 배도록 우려낸다. 하나하나의 과정이 한방 약재를 다루던 그대로 남다른 정성을 들인다.

옻나무의 옻 기운은 옻나무의 샛노란 속심에 있기 때문에 20~30년생이 가장 왕성한데, 그래도 50년은 되어야 옻닭을 끓였을 때 맛과 약효가 제대로 배어난다고 한다. 김씨의 옻닭에는 이런 선별과정을 거친 옻을 사용한다. 김씨의 작업과정을 보면 거의 아름드리로 굵은 옻나무를 원판처럼 토막을 내 선선한 선반에 올려 저장해놓고 1년 이상 완벽하게 건조한다.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바싹 말린 옻나무 토막은 껍질 부분에 옻 액이 까맣게 내배는데, 이것을 완벽하게 벗겨 낸다. 그리고 샛노란 속심만 윷가락처럼 갈라 큼직한 솥에 안치고 충분히 우러날 때까지 삶는다. 이렇게 우려낸 옻물을 뚝배기에 덜어내 닭을 안치고 닭의 표면이 치자로 물을 들인 것처럼 노란색이 감돌도록 폭 끓인다.

옻닭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인삼, 대추 등 일반 약재도 대폭 줄였다고 한다. 뼈가 쏙쏙 빠지도록 익은 옻닭은 옻나무의 은은한 향미가 한층 살아나 맛이 한결 고상하다. 시중의 옻닭이나 삼계탕과 비교하면 맛과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옻닭은 과음이나 위장질환으로 위장에 상처가 나거나 기능이 떨어져 소화가 제대로 안 될 경우, 또는 위장이 체질적으로 차가운 경우 빠른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한여름에도 찬물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찬 냉수와 찬 맥주, 아이스크림과 찬 음료를 대로 입에 대지 못하는 체질을 개선해주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

위장이 차가우면 찬 것을 조금만 과하게 먹어도 위장이 뒤틀리고 모든 것을 배설해 내는데, 옻닭으로 위장을 따뜻하게 해주고 위벽을 보완해주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사전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옻의 뛰어난 효능이 몸속의 온기를 소생시켜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상차림도 매우 정갈하다. 밥은 물론 곁들이는 밑반찬들이 직접 농사지은 것을 사용해 김치와 장아찌 하나하나에 제맛이 살아 있다.

주 고객 역시 서울과 경인지역에서 계절에 맞춰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다. 그리고 용인과 이천지역의 골프장 이용객과 간혹 일본에서 비행기로 김포공항에 내려 택시를 갈아타고 왔다는 일본 여행객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속이 차가워서 생기는 체질적 질환에는 시간과 경비를 감안해도 큰 병원을 찾는 것 보다 훨씬 빠르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수하게 감치는 깊이 있는 진미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여름에 복달임을 즐기러 따라왔다가 큰 병을 고치는 효과를 보았다며 단골이 되어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 메뉴 : 옻닭을 대소로 나누어 1인분(1마리) 1만 5천원, 2~3인분(1마리) 3만 5천원,
  • 옻 달인 물은 팩으로 만들어 택배로 보내준다.
  • 주소 : 이천시 마장면 관리 655-23
  • 전화 : 031-637-0627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