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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부산맛집] 부산명물횟집 - 65년의 전통을 가진 부산 대표 회 정식


부산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곳 중의 하나가 자갈치시장이다. 부산항이 지금 같지 않았던 시절, 바닷물이 빠질 때면 굵은 자갈밭이 그대로 드러나 부산말로 자갈치라 불렀다. 지금은 수산물시장이 들어서 있는 곳으로, 부산을 상징하는 말로 통할 만큼 이름난 명물시장이다. '명물횟밥집'은 옛 자갈치 시절부터 횟집을 열고 있던 자갈치시장 횟집촌의 효시 집이다. 그 내력이 줄잡아 65년. 창업주 김복덕(93) 할머니가 며느리 전광자(60)씨에게 대물려 2대로 이어지고 있다.

명물횟밥집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6·25전쟁과도 관련이 깊다. 부산에 피난민들이 몰리면서부터 광복동 국제시장과 나란히 자갈치시장의 경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그 여세가 명물횟집의 큰 성공을 뒷받침해주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명물횟집의 명성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어려운 시절부터 다져져 온 고객들의 신뢰가 예나 지금이나 부산에서 가장 믿을 만한 횟감을 내고 있는 집으로 통하고 있다.

한껏 멋을 부린 일식집들과 달리 소박하지만, 푸짐하면서 큼직큼직하게 썰어내는 생선회와 명물인 초고추장, 그리고 계절감 있는 반찬들이 언제 찾아도 마음이 편하고, 변함없는 감동을 안겨준다. 명물횟집은 처음부터 횟감은 활어보다는 신선한 선어를 선호해 수족관이 없는 집으로 통했다. 배에서 금방 내려진 신선한 선어를 들여다 기운이 가라앉기 전에 회를 떠 알맞게 숙성시켜 내며 명성을 다졌다.

근래에는 활어선의 발달로 회 맛이 한결 높아졌다는 평을 듣는다. 주 어종이 자연산 광어와 돔이 주축을 이루는데, 4~5kg 이상 나가는 대형 활어를 들여다 순간 충격을 가해, 피를 말끔히 제거하고 포를 떠내 3~4시간 숙성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떠낸 회는 조직이 살아 있는 상태로 신선한 생기가 유지되면서, 부드럽고 깊은 맛이나 맨입에 먹어도 입안이 즐겁게 느껴진다. 이런 신선한 맛이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수십 년 단골이 되고, 2~3대를 이어 찾게 한다는 것이다.

주말이면 1~2층으로 이어지는 120석 규모의 홀이 가족단위 손님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고객층도 다양해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여행복 차림으로 KTX를 타고 와 회를 먹고 자갈치시장에서 수산물을 사 들고 가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메뉴는 여전히 횟밥으로 불리는 회 정식이다.

일식집의 회덮밥과 달리 광어회 한 접시에 밥과 반찬이 따로 나온다. 여기에 광어 머리와 굵은 가시를 추려 넣고 끓인 생선국이 따라나오는데, 알과 내장을 넣고 끓인 맑고 고소한 국물이 진국이다.

밑반찬도 바닷가 횟집답게 철마다 싱싱한 해조류를 비롯해 다시마와 멸치조림, 갈치젓, 파절임 등이 깔끔하게 갖춰 나온다. 짭짤하게 졸여낸 콩자반과 싱싱한 쌈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인데, 특이하게도 회와 함께 씹히는 콩자반이 입안의 생선 비린내를 자연스럽게 가라앉히며 회맛을 끝까지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준다.

싱싱한 상추에 회를 한 점 싸고 마늘과 풋고추를 얹어 푸짐하게 즐기는 싱그러운 맛이 가히 자갈치시장을 대표할 만큼 인상적이다. 웬만한 횟집들은 엄두를 못 낼 대형 횟감이 잡히면 배에서 미리 명물횟집에 전화를 걸어오는데, 그때마다 최고 가격을 쳐준다는 것이 주인의 자부심이고 명물횟집의 전통이라고 한다. 창업주 할머니 대부터 일찍 문을 닫을지언정 아무 생선이나 들여놓지 않는다는 통큰 경영이 누구나 인정해주는 손맛과 큰 성공을 이뤄낸 밑거름이었다고 한다.

회를 먹을 만큼 먹고 나서 회를 얼마쯤 남겨, 주인이 준비해주는 비빔그릇에 남은 횟감을 모아 넣고 채친 야채와 초장을 얹어 따끈한 밥에 비벼먹기도 하는데, 이 또한 명물횟집 만의 남다른 진미고 명물횟집이 자랑하는 횟밥이다.

2002년 부산시 향토음식점 1호로 지정받았다.

  • 메뉴 : 횟밥 1인분 3만원. (특)4만원. 회비빔밥 2만원, 물회 2만7천원, 광어와 돔회(한 쟁반) 8만원.
  • 주소 : 부산 중구 남포동 4가 38(자갈치시장)
  • 전화 : 051-245-4995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