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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강화도맛집] 원조선창집 - 고추장삼겹살처럼 구워먹는 강화도 민물갯벌장어


강화도를 오가는 길이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 가장 혼잡하던 서울~김포~강화 구간이 도로확장으로 수월하게 뚫렸다. 주말에 멀리 가지 않고도 바닷바람을 쐬며 강화도의 신선한 먹을거리들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원조선창집’은 그 유명한 강화 더미리장어촌의 원조집이다. 강화1교인 옛 강화대교를 건너 첫번 째 신호등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간다. 강화역사관 앞을 지나 1.5km쯤 해안가를 따라 내려가면, 장어구이간판이 줄줄이 걸려 있는 마을이 더미리장어촌이다.

‘원조선창집’은 1979년, 마을에서 처음으로 장어집 간판을 내걸었다. 당시 마을 앞 포구와 강화대교 아래 갯벌에는 자연산 민물장어가 쓰고 남을 정도로 잡혔고, 강화사람들이 민물장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몸값이 낮은 잡고기에 속했다.

음식도 처음에는 마을 배들이 잡아오는 복어와 웅어, 밴댕이 등 계절생선들로 복매운탕과 밴댕회 등을 주로하는 소박한 실비집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실속 있게 차려낸 매운탕과 초고추장에 무쳐낸 맛깔스런 횟감들이 술안주로 부담 없다는 입소문이 다리건너 김포까지 이어져 나갔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나다 포구에 흔하게 잡히던 복어와 잡어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복매운탕은 물론, 잡어매운탕마저 채산을 맞출 수 없을 정도가 됐고, 하는 수 없이 손을 댄 것이 민물장어였다.

그런데 전화위복이라고나 할까. 매운탕을 끓이면서 터득한 고추장양념이 장어구이에 결정적인 효력을 발휘해, 처음 메뉴에 올린 고추장양념구이가 요즘 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직접 담근 고추장에 기본양념을 해, 다시 숙성시킨 고추장이 고추장양념장어구이와 접목되면서 손님들이 극찬했고, 이듬해는 김포와 인천은 물론, 서울까지 손님이 이어지면서 주말은 자리가 모자랄 지경이 됐다.

여기에다 진가를 더해준 것이 선창마을의 독특한 장어구이비법이었다. 마을에서는 민물장어를 구워먹을 때, 기름이 말끔하게 빠지도록 장어를 큼직큼직하게 토막을 내 초벌구이를 했는데, 이렇게 구우면 기름이 확실하게 빠져나가 육질이 한결 부드럽고 담백하다. 여기에 감칠 맛 나는 고추장양념이 어우러져 명품장어구이가 탄생됐다는 것이다.

원조선창집은 초벌구어 낸 장어에 참숯불을 곁들여 준다. 기름이 대부분 빠져나간 장어지만, 다시 불판에 올려 노릇노릇하게 구워 속기름까지 완벽하게 빼주고, 먹기 좋게 잘라놓으면 그냥 소금을 찍어 먹어도 고소한 일미가 된다. 여기에다 고유한 방법대로 고추장양념에 담가 고추장양념구이를 해놓으면, 말 그대로 강화도 더미리 고추장민물장어구이의 독보적인 진미가 살아난다. 통째로 구워 불판에 올려내는 장어구이보다 훨씬 담백하고, 폭신하게 씹히는 질감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새 건물을 짓고 여기에 손님들이 가득 들어앉은 모습을 바라본 이웃들이 저마다 간판을 내걸며, 작은 마을 안에 장어구이집이 10곳 가깝게 들어섰다. 그래도 봄가을은 어느 곳이든 주차장에 차가 가득 들어서 온 동내가 대형 주차장처럼 붐빈다.

원조선창집은 좌석수가 3백석에 이른다. 수많은 고객들의 검증을 거친 자신들만의 고유한 고추장양념구이는 아직 따를 곳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움은 또 이어졌다. 자연산장어가 귀해지면서 강화 지역에서 나는 양식장어를 들여다 자연산과 구별해 냈는데, 양식장어가 주축을 이루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졌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때 맞춰서 강화군청이 강화도의 장어구이를 특화사업으로 추진했고, 이를 위해 양식장어의 체질개선을 시도한 것이 성공을 거두었다. 양식장어를 마리당 1kg남짓하게 충분히 길러낸 후,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민물갯벌에 약 3개월간 풀어놓아 자연 상태로 복원해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길러낸 장어가 이름하여 ‘강화도민물갯벌장어’ 이다.

1kg나가는 대형 장어는 인공사료를 먹지 않고 3개월을 지나며 체중이 750g으로 줄고, 체질은 탄탄해져 새로운 강화도의 특산품으로 뜨고 있다. 이런 성공을 이뤄낸 2~3년 사이 강화1교~2교 사이 대형횟집들이 줄줄이 장어구이집으로 간판을 바꿔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참나무숯불을 담아 놓고 은은한 열기에 자글자글 조라들도록 굽는 강화도갯벌장어의 폭신한 감칠맛이 옛 더미리장어촌의 장어구이 맛을 아련히 살려내고 있다. 100% 자연산 장어는 아니지만, 양식장어에 비하면 자연산에 가깝고, 어떤 환경에서 서식한 장어인지가 불분명한 자연산보다는 확실하게 믿을 만하다는 것이 개발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장어는 큰 것일수록 맛과 질감이 뛰어나다는 주장도 실감할 수 있다. 시원한 강화순무김치와 백김치가 곁들여지고, 생강채와 양파채, 상추쌈, 짜지 않은 깻잎장아찌 등에 번갈아 쌈을 싸거나 얹어 먹는 맛이 가히 진미의 경지다. 주인 가족들이 차려내는 정성스러운 상차림도 오랜 원조집의 면모를 그대로 실감하게 한다.

  • 메뉴 : 장어구이(양식/1kg) 8만원. 강화갯벌장어구이(1kg/2~3인분) 10만원
  • 주소: 강화군 선원면 신정2리 (더미리장어촌)
  • 전화: 032-932-7628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