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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안국역맛집] 부드럽고 순한 웰빙 처음처럼 안주 어떠세요? 재동순두부

여러분 두부 좋아하세요? 어렸을 땐 두부에서 아무 맛도 안난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두부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게다가 두부는 먹고나면 속이 편하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불포화지방산, 두뇌발달과 치매예방에 좋은 레시틴 등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진정한 웰빙 푸드입니다. 살찔 걱정 없이 처음처럼과 즐기세요! 두부구이, 두부전골, 해물순두부, 초당순두부 등 다양하게 두부를 즐길 수 있는 맛집을 알려드릴게요! 인사동이나 북촌 한옥마을에 놀러가셨을 때 들르셔도 좋을 오래되었지만 정겨운 골목 안의 재동순두부입니다. ^_^*

금방 떠낸 순두부에 양념장을 얹은 웰빙 소주안주

전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헌법재판소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다가 헌법재판소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우측으로 난 골목 안은 빼곡 들어선 한옥기와집들의 대부분이 실비집형태의 한식전문점들이 들어있다.
이 골목길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변한 데가 없다. 고만고만한 옛 한옥집들이 저마다 고유한 한식메뉴들을 내걸고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현대계열사와 인근의 젊은 직장인들을 골목길이 메워지도록 불러들인다.
골목 안 깊숙이 들어앉은 한옥까지 전문음식점으로 탈바꿈해, 그 숫자가 늘어나면서 집집마다 내건 생존방법이 싸고 맛있고 깨끗하고 친절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불문율로 삼고 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탓으로, 점심시간이면 어는 집이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자리가 메워지고, 조금 더 괜찮다는 곳은 긴 줄이 늘어선다. 그리고 오후 2~3시가 지나면서 골목길은 옛 모습대로 한적해지다가 다시 저녁시간이 되면 실속있게 소주 한 잔을 즐기고 가려는 손님들로 다시 한 번 활기를 되찾는다.

주인 강흥룡 씨와 매일 아침 두부를 빚어내는 부인 이정수 씨

재동순두부는 골목 초입에 있다. 1990년대 말 오픈해 15년차를 맞고 있다. 내력은 오래지 않지만 이곳 재동한식마을에서 상위권에 든다는 소문난 순두부집이다. 생존전략인 4가지 원칙을 교과서처럼 지켜내고 있다.

재동순두부의 기본 메뉴인 하얀 초당순두부

두부는 매일 아침 주인 부부가 직접 콩을 갈아 그날 쓸 만큼씩 만들어내고 점심에는 흰 순두부와 약간 맵게 양념한 해물순두부, 돌솥비빔밥 등 간단한 식사메뉴가 주축을 이룬다. 그리고 안주 겸 별미로 두부김치, 두부부침, 두부전골, 삼겹살이 곁들여 있다.

생굴을 넣고 무친 무채

가격도 정말 착하다는 평을 듣는다. 순두부와 비빔밥은 6천원으로 동일하고 두부김치와 두부부침 녹두부침 등 안주류는 8천원, 돼지삼겹살 200g이 9천원으로 실비에 가까운 상차림을 선보인다. 더 인기 있는 이유는 상차림이 정갈하고 화학조미료 등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아 뒤탈이 없다는 것이다.

좌:짭짤한 잔멸치볶음 / 우:입맛돋움으로 내는 군 김

주인 강홍룡(60)씨 부부는 국산 토종콩의 산지를 찾아 직거래를 터, 1년간 사용할 콩을 미리 확보해 놓아 가게 곳곳에 콩자루가 가득하다. 그래서 실물을 내놓고 현장에서 직접 두부를 빚는다고 자부한다. 두부를 빚는 방법도 강원도 초당순두부의 비법을 익혀다 바닷물로 순두부를 떠내며 메뉴판에도 초당순두부라고 올렸다.

좌:물기를 꼭 짜서 색깔이 선명하게 무쳐낸 시금치나물 / 우:수시로 양념에 비벼내는 싱싱한 배추겉절임김치

순두부 맛이 도심에서는 보기 드물게 신선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제대로 살아있다. 안주 겸 별미로 내는 두부구이와 두부전골 등 두부 요리도 두부를 빚을 때 자연스럽게 굳혀, 보들보들하게 감치는 두부 맛이 각별하다. 국내산 콩값이 하도 치솟아 강원도 초당마을에 가도 이만한 두부 맛을 만나보기 어렵다는 평을 듣는다.

야채와 해물을 넉넉하게 넣고 즉석에서 끓이는 푸짐한 두부전골

따라내는 찬도 깍두기와 김치를 직접 담고, 시금치나물과 콩나물도 식사시간대에 맞춰 수시로 무쳐내 색깔이 선명하다. 그 밖의 무장아찌와 멸치볶음 등 밑반찬들도 깔끔하고 두 번 손이 간 흔적이 없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두부를 빚을 때 퍼져 나온 훈기가 은은하게 배나고, 항시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아주는 주인의 인상도 변함이 없다.

소주 맛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웰빙두부안주

맵고 얼얼한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심하게 매운 닭요리 등 기름진 안주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담백하고 순한 두부구이와 두부전골 향긋한 양념장을 얹어 먹는 순두부 등 웰빙 안주로 즐기는 소주 맛도 나름대로의 운치와 격이 돋보일 수 있다.

담백하고 고소한 두부구이의 부드러운 뒷맛이 소주 맛을 새롭게 살려낸다.

지난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해 실내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고 쾌적하게 넓어졌다. 그동안 손때가 묻은 밥상과 수저통까지 모두 새로 들여놓았다. 한결 정갈해진 상차림과 금방 떠낸 순수한 순두부, 압력을 가하지 않고 굳힌다는 부드러운 두부요리 등, 차별된 두부요리가 한 끼 식사와 편안한 소주자리로 기억해 둘만하다.

좌:구석구석 쌓아놓은 콩자루 / 우:깔끔하게 리모델링한 재동순두부집

재동순두부
  • 주소 종로구 재동 84-10(헌법재판소 건너편 골목)
  • 전화 02)-747-0011
  • 주요 메뉴
    • 순두부 6천원
    • 두부구이 (1접시) 1만원
    • 두부전골 1인분 7천원 (2인부터 주문 가능)
    • 삼겹살 1인분 9천원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