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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시청맛집] 송년회에 지친 속을 달래줄 해장 맛집, 무교동 북어국

안녕하세요 여러분 =) 51년만의 강추위가 찾아온 요즘,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연이은 송년회와 연말 업무로 바쁘신 분들도 많으시죠? 그래서 오늘은 지친 속과 언 몸을 따듯하게 데워줄 힐링푸드(?) 북어국이 맛있는 무교동 북어국을 소개해드릴게요. 이 집은 '북어국' 메뉴 하나로도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맛집입니다. 우유같이 뽀얀 국물에 꼬들꼬들한 북어가 푸짐하게 들어가있는 북어국! 처음처럼 드신 다음 날, 괜히 밥하기 싫은 날, 너무 추워 따듯한 국물이 필요한 날 북어국 한 그릇, 참 괜찮을 거예요.

“연말연시” 직장인들에게는 자의건 타의건 술자리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술은 약이면서 동시에 만병에 근원이라고 말한다. 그 만큼 대단한 음료다. 잘 마시면 약이 되기도 자칫 인정과 분위기에 이끌리어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화를 면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누구든 체질에 맞는 처방을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서양 사람들의 처방은 찬 냉수나 주스 등 비타민음료로 위를 세척해 술독을 씻어낸다. 그리나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해장국이란 술국으로 숙취를 풀어주었다. 그 효능이 가히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 이런 독특한 효능을 지닌 술국은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진주와 전주지역은 콩나물해장국이 있고, 남도지방의 돼지국밥, 동해남부지역의 물곰국과 물회, 충청권의 올갱이해장국, 서울과 중부기호권의 선지해장국과 도가니탕, 동해북부와 강원내륙의 황태국과 북어국 등이 지역의 향토음식처럼 뿌리려 있다. 이런 다양한 해장국 덕택으로 한국인들은 말술을 마시거나 폭탄주를 마신 다음날도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내 세계인들을 경탄하게 만든다. 과음으로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시고도 뜨끈한 해장국을 한 그릇 훌훌 떠 마시고 땀을 한바탕 흘리고 나면, 술독은 물론 추위로 축척된 피로까지 말끔하게 털고 멀쩡하게 되살려 낸다.

무교동북어국(구 터주골)은 중구 무교동 코오롱빌딩 앞에 있다. 1967년 창업해 2대 45년 내력을 쌓고 있다. 창업주 진인범(75세)씨가 1996년 상호도 없이 문을 열러 이듬해 터주골이란 간판을 걸고 30주년을 맞는 해, 큰아들 광진(45세)씨와 작은 아들 광삼(42세)씨 형제에게 대물림 했다.

메뉴는 예나 지금이나 북어국 단 한 가지다. 우유처럼 뽀얀 사골국물에 노란 북어와 부드러운 두부를 썰어 넣고 폭 끓인 뒤, 계란과 파를 얹어낸다. 깔끔하면서 구수한 향미가 구미를 당기는 이색 해장국이다. 사골국물에 북어와 두부가 주축을 이루는 깔끔한 국밥이 해장과 한 끼 식사로 도심 직장인들을 줄 세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따라내는 찬도 상큼한 물김치와 알맞게 익힌 배추김치 부추겉절이 오이지 등이 정갈하게 곁들여져 누구에게나 부담 없고 늘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주축을 이루는 북어는 대관령이나 진부령 덕장에서 말린 황태와 다른 성질을 지녔다. 창업주 진 씨는 처음 문을 열 때부터 강원도 고성지역 해안에서 말리는 북어를 고집해 왔다. 황태처럼 얼고 마르기를 반복하며 푸석푸석하게 마른 것이 아니고, 딱딱하게 한 번에 말려 아무리 끓여도 살이 풀어지지 않으면서 맛이 진하다.

하지만 동태의 어획이 고갈되면서 황태보다 구하기가 한결 어려워져 자신들처럼 진짜 북어로 끓인 북어국을 사계절 내는 곳을 찾아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황태에 비해 은은한 향미는 다소 덜 하지만, 오래 끓여도 살이 무너지지 않고 탄력 있게 씹히는 고소한 맛은 황태가 따르지 못한다고 한다. 여기에 한우사골 국과 두부가 어우러져 누구나 먹기 편하고, 동식물성 단백질과 칼슘 등 무기질이 충분히 함유된 저지방 저칼로리의 가장 이상적인 해장국이라는 것이다. 따끈한 국에 새우젓을 풀어 간을 돋우고 밥을 말아 훌훌 떠 먹다보면 자연스럽게 땀이 내솟고 코가 뻥 뚫리는 시원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그 효능이 얼큰한 육개장이나 선지해장국 못지않다.

50석 남짓한 소박한 식당은 빠른 회전으로 경영효과를 살려내고 있다. 누구나 자리에 앉으면 주문이 따로 없어도 인원수대로 곧바로 반찬과 국이 따라 나온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 직원들이 2~3번은 들러보고 부족한 것을 확인해 리필 해준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반세기를 이어온다는 한결같은 국 맛과 뜸이 정확하게 든 하얀 쌀밥과 정갈하고 절제된 반찬 등이 모두 주인이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계약재배 해 오거나 직접 확인하고 들여오는 신선한 국내산 재료만 사용해 오랜 세월 고객들의 두터운 신뢰를 쌓고 있다.

이 같은 내력을 입증하듯 고건 조순 이명박 오세훈 등 역대 시장들이 한 달에 몇 차례씩 찾아와 줄을 섰고, 유명 연예인들과 정치인들이 오랜 세월 단골로 찾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인이나 사진 한 줄 붙여놓지 않은 고객은 모두 평등하다는 창업주의 정신을 따라 누구나 편안하게 식사를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음식가격도 거품이 없이 한 번 정하면 최소한 10년을 간다고 이야기 한다. 근면하고 과묵하던 창업주가 탄탄하게 다져놓은 기반을 대물림한 두 아들 역시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고객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한결같다. 가게를 물려받으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어득한 내부구조를 말끔히 벗겨내 밝고 청결하게 가꾸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가격도 한 번 정하면 5년 10년을 유지해 착한 가계란 평을 듣는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하는 식당은 6시 반이면, 인근호텔에 투숙중인 아세안계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와 줄을 서 문 열기를 기다리고 있고, 이렇게 시작하면 오전10시까지는 해장과 아침식사손님으로 오전 내 바쁘고, 11시 반부터 2시까지는 점심손님들이 몰려와 길게 늘어선다.

무교동북어국
  • 주소 서울시 중구 다동 173
  • 전화 02-777-3891
  • 주요메뉴
    • 북어국 : 6천5백원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