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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강남맛집] 쌀쌀한 날씨까지 녹여주는 고소한 국물, 영동설렁탕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진 요즘, 감기 걸리신 분들 많으시죠? ㅜ_ㅜ 오늘은 한 그릇의 따듯한 국물로 차가워진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설렁탕 맛집을 소개해드려요! 새콤한 김치와 향긋한 파,고소하고 담백한 국물 그리고 빠지면 아쉬울 푸짐한 고기를 한 끼, 한 그릇에 만나볼 수 있는 설렁탕을 추천합니다! 처음처럼 한 잔과 함께라면 더욱 몸이 훈훈!해지며 추위를 이길 힘이 생기실 거예요~ 따뜻하게 한 그릇 먹고 함께 힘내보아요^_^*

싸락눈이 어지럽게 흩날리고 코끝이 맵싸하게 차가운 날, “점심 어디 가서 뭐먹지” 가 막연해진다. 이런 날, 가장 무난하고 경제적인 곳으로 내력 있는 설렁탕집만한 곳이 없다. 뜨끈한 국물에 파를 넉넉히 넣고, 고춧가루를 알맞게 풀어 훌훌 떠먹으면서 상큼한 깍두기를 와삭와삭 씹는 기분은 그런대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는 자신감까지 솟게 한다. 영동설렁탕은 설렁탕의 또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소박하면서 시원한 탕 맛과 고객들의 구성이 서민적이고 활동적인 직업인들이 주축을 이룬다. 아침출근시간과 점심은 전문직 젊은 직장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오전 11시와 오후 2~3시에는 택시회사 구내식당 같다. 주말 점심과 오후시간은 가족단위 손님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다.

설렁탕은 예나 지금이나 한식을 대표하는 대중음식이다. 그 유래가 소 한 마리를 다 안치고 푹 삶아 하늘에 제(祭)를 지내고 그 국물에 밥을 말고 고기를 얹어 임금과 신하들을 비롯해 제사에 참여한 백성들이 함께 나눠 먹었다는 제례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내력과 함께 서울을 비롯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지역에서 누구나 차별이 없는 음식으로 뿌리내려 왔다. 내력이 오랜 설렁탕집일수록 이 같은 특징들을 잘 살려낸다. 따라서 지역 환경과 주 고객들의 취향에 따라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대표적인 유형의 하나가 소의 사골과 맛있는 뼈를 섞어 넣고 폭 고아 우유처럼 뽀얀 진국에 수육을 몇 점 얹어내는 깔끔한 진국설렁탕이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앞세워 양반 선비들의 왕래가 잦은 반촌 가깝게 자리잡아왔다. 그리고 사골을 비롯해 쇠뼈 한 벌을 다 넣고 맛있는 장기와 머리고기 등을 섞어 보다 기름지면서 깊은 맛을 낸 맑은 설렁탕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런 유형은 서민계층의 상공인들이 왕래가 잦은 청계천변과 마장동우시장을 중심으로 맥을 이어왔다.

어느 것이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고 주인이 남다른 전문성을 지닌 곳이라야 제 맛이 나고, 먹는 사람들도 이런 특성들을 골라 찾아다니며 즐겼다. 영동설렁탕은 신사역 5번 출구에서 가까운 신사동 음식골목에 있다. 이른 새벽부터 택시 기사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는 서민적인 분위기의 맑은 설렁탕집이다. 8순을 넘긴 양상순 할머니가 40년 가까운 내력을 이어오다가, 아들 김용호(47)씨에게 물려주었다.

영동설렁탕의 시작은 양 할머니의 어머니 대에 시작되었다. 1999년 90세로 작고한 어머니는 마장동 우시장에서 축산물 도소매업을 했고, 1975년 20년 넘게 일손을 돕던 양 할머니를 앞세워 지금 자리에 간판을 건 것이 출발이었다. 그래서 탕에 들어가는 모든 육류는 지금도 마장동 가게를 물려받은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꾸준히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 처음 20여 년간은 사골과 쇠뼈 한 벌이 다 들어가고 양지와 머리고기 등 국에 얹을 쇠고기 맛 부위를 다 섞어 맛이 한층 진하고 ‘두터웠다’고 한다. 그리고 약 10여 년 전부터는 부산물을 차례로 빼내 지금은 사골만 우려낸 국물에 양지와 머리고기를 삶아 맛을 돋운 맑은 국물로 바뀌었다.

처음에 비하면 냉면육수 뽑는 과정과 같고, 잘 끓인 곰탕 맛을 능가하는 변신을 했다. 그래서 맑은 기름이 잔잔히 떠 있는 국물은 식어도 구수하고 담백하게 감칠맛이 나고, 뒷맛은 달고 시원하다. 얹어내는 양지 편육과 머리고기도 냄새 없이 구수하고 뒷맛이 부드러워 말 그대로 진미 설렁탕이다. 국에 소금 간을 하고 파를 한 수저 얹고 따끈한 밥을 말고 깍두기국물을 알맞게 섞어 풀어 넣으면 맛이 더 부드럽고 뒷맛이 한결 개운하다.

곁들여내는 김치도 특이하다. 새콤하게 익은 배추김치와 겉절임 김치, 깍두기 등 3가지를 작은 항아리에 담아낸다. 김치마다 탕 맛과 어울리는 맛이 서로 달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영동설렁탕 역시 이처럼 국 맛은 계속 진화해가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누구나 부담 없는 전통적인 서민층의 정서가 크게 바뀐 것이 없이 마음을 편안하게 이끌어주고 있다. 택시기사들을 비롯해 고객층이 다양하고 멀리서 승용차를 티고 오는 손님들이 적지 않아,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도 만만치 않다, 주변의 금싸라기 같은 땅 두 필지를 사들여 모두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하루 2백대가 넘는 택시가 들고 나는 모습은 택시회사를 방불케 한다.

24시간 솥에 불을 꺼트리는 날이 없고, 이른 새벽은 강남 일대 술꾼들의 해장시간이고, 오전 7시~8시는 직장인들의 아침식사시간, 정오~오후 2시는 점심시간, 그리고 오전 10시~11시와 오후 2시~3시는 택시기사들의 아침과 점심시간 등, 손님들이 오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정해져 있다. 저녁시간은 수육과 함께 간단한 술자리도 가능해 밤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주말과 일요일은 서울과 수도권 일대 가족단위 손님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가게 분위기와 주인가족들의 꾸밈이 없이 편안한 인상도 영동설렁탕의 고유한 브랜드 몫을 해준다.

영동설렁탕 정보

  • 주소 서초구 잠원동 10-53
  • 전화번호 543-4716
  • 주요 메뉴
    • 설렁탕 8천원
    • 수육(1접시) 3만5천원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