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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강남맛집] 속이 풀리는 담백한 국물과 쫄깃한 칼국수, 강남교자

속이 풀리는 따듯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의 조화. 처음처럼 한 잔과도, 다음 날 해장용으로도 잘 어울릴 시원한 칼국수!다양한 국수들이 많지만 이번엔 전통적인 우리의 맛을 즐겨보시는건 어떨까요?
오늘은 강남 맛집 강남교자를 추천합니다^_^

‘누구도 선뜻 나서기를 꺼려하는 막대한 자금투자‘ ’새로운 도전‘ 이런 두려움을 과감하게 떨치고 한국칼국수의 새 문화를 다짐하고 나선 이가 있다. 그는 서울 최고의 음식관광명소에서 35년 경륜을 다졌다. 위생시설이 갖춰진 주방과 호텔식 홀서빙이 우선은 새롭고, 다 먹도록 따끈한 국물이 예전 칼국수와 다른 분위기다.초겨울 바람이 쌀쌀한 날 따끈한 칼국수와 맵싸한 배추김치로 점심 한 끼를 장식하는 것도 지혜로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칼국수는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유한 한식메뉴다. 이름 그대로 가루를 반죽해 칼로 썰어 만든 국수이고 단순하게 조리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도 예나 지금이나 주부들이 밀가루만 준비되면 반죽을 얇게 밀어 곱게 썰어놓고, 멸치국물이나 닭고기 또는 양지 육수를 만들어 제 국물에 삶아 내면 언제나 완벽한 칼국수가 가능하다. 국수를 삶을 때 특별한 양념과 섞어 넣는 것이 없고 애호박이나 감자를 곱게 채쳐서 넣었고 완성된 후에 꾸미로 닭고기나 양지 살을 가늘게 찢어 얹으면 어디 내놓아 손색이 없다. 이런 명맥은 외식업분야에서도 설렁탕 곰탕과 함께 우리 한식의 빼놓을 수 없는 대중음식 메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칼국수가 대중음식으로 등장해 크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기를 업계에서는 1960년대로 보고 있다. 그리고 당시 시대 조류와 맞물려 70~80년대로 접어들며 전성기를 이루었고, 근 30년 동안 큰 호황을 누렸다. 이렇게 등장한 칼국수는 우리의 전통적인 국수문화를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고 한식체인화 사업에 끼친 영향도 지대하다. 그 중심에 명동칼국수가 하나의 추진동력 역할을 해주었다.그리고 명동칼국수의 상호를 처음 내걸고 칼국수 붐을 이루는데 초석을 놓은 곳이 지금의 명동교자였다. 칼국수집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명동칼국수의 실질적인 원조집인 셈이다. 그 시기가 1966년. 약 50년 전의 일이다.

명동교자의 칼국수는 우선 국숫발이 종잇장처럼 얇게 밀어 유별날 정도로 부드럽고 알맞게 쫄깃한 것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닭을 재료로 한 부드러운 육수와 톡 쏘듯 매운 빨간 배추 겉절이김치가 입맛을 적극적으로 끌어당겼다.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부드러운 국수맛과 매콤하면서도 놓기 싫은 신선한 매운맛으로, 당시 명동파 여성 고객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모았다. 식사는 물론 별미 음식으로도 손색없는 대중음식으로 설렁탕과 자장면을 능가하는 경지를 이뤄냈다. 그 여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1990년대로 접어들며 선진국의 초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국내 재벌그룹과 손잡고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칼국수 문화가 점차 경쟁력을 잃어갔다. 추풍낙엽으로 칼국수 집 간판이 사라져 갔다. 그 빈자리를 월남과 태국 쌀국수, 중국 짬뽕이 점유하고 세를 넓혀가고 있다. 서울의 칼국수 명소들이 20년 30년간 안주해오는 동안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강남교자가 문을 연 것은 2008년. 주인 신철호(57)씨는 명동교자에 35년간 몸담고 주방과 고객 관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거쳤다. 신 씨는 그동안 줄 서는 고객들과 함께 안주하며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는 한계를 강남교자를 열면서 과감하게 넘어서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칼국수 문화의 새로운 점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행보가 신선하다. 신 씨는 우리 칼국수가 지금도 맛과 내용에서는 동남아의 쌀국수와 파스타에 밀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믿고 있다. 다만 안정된 인테리어와 위생시설을 갖춘 주방과 주인들의 의식이 고객들의 시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칼국수 전문점들부터 시급히 개선되어야 하고, 군소 칼국수 가게들은 헤어날 수 없는 영세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격을 아주 낮추거나 옷을 새로 갈아입기 전에는 고객들과 시선을 맞출 곳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강남교자는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홀은 아세안 계 국수집들과 손색이 없도록 밝고 쾌적하게 꾸미고, 조리과정도 첨단기기를 도입해 음식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전문직 조리 인원과 서비스 인원을 중심으로 한 차원 높은 경영체제를 갖추었다.

칼국수를 손으로 썰던 5~6명의 인원을 한 명으로 줄이고, 손으로 썰듯 앞에서 뒤로 밀며 손으로 써는 최신형 머신으로 대신해 국수의 질을 높이면서 국수 솥은 익는 시간을 3분 단축해 탄력을 높이는 효과도 살려내고 있다. 만두와 완당(작은 만두)도 대형 스팀 찜통에서 수시로 쪄내 맛과 질감을 완벽하게 살려냈다.

그리고 칼국수를 담아내는 그릇을 개선해 획기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중으로 된 스테인리스 대접에 티타늄 도금을 입혀 놋그릇처럼 화려하고 칼국수를 다 먹도록 적정온도인 75도에서 50도를 유지시킨다. 그릇을 2년에 한번 재 도금해 사용하는데, 그릇의 초기 구입 단가가 5만8천원이다.

김치와 얼음물도 테이블에 놓아 여러 사람이 혼용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들고 다니며 서빙 하는데, 테이블마다 3~4회를 반복 확인해 모자라는 찬과 더운물 찬물을 직접 따라준다. 호텔식 홀 서비스를 실현해내고 있다. 이렇게 줄이고 늘이는 과정에서 얻어진 효과는 식자재의 고급화와 음식 가격에 반영해 고객들의 만족과 대중음식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들이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국수와 육수가 끝까지 일체감을 이루면서 손님들이 국물을 남기지 않아 음식물 수거 비용을 하루 반 톤(500kg)이상 줄이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실제로 월남 쌀국수나 짬뽕, 우동 등 아세안계의 외래 국수와 비교해 음식 내용이나 조리과정, 가격, 서비스와 시설 등 모든 면에서 앞서고 있다. 무엇보다 외래 국수들이 필수적으로 안고가야 하는 조미료를 완벽하게 차단한 건강식이면서 맛이 한결 깊다. 이것이 한식의 특징이고 세계적인 자랑거리라고 강조한다. 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빠르고 양이 적합하고 누구에게나 맛있고 내용과 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아깝지 않다고 한다. 칼국수가 지닌 전통과 대중성 다양성을 최대한 살려내면서 새로운 진화와 도전을 통해 세계인이 인정해주고 즐길 수 있는 칼국수의 세계를 펼쳐내겠다는 당찬 결의가 고객들의 마음을 달구고 있다.

강남교자
  • 주소 서초구 서초동 1308-1
  • 전화 02-563-4133
  • 주요메뉴
    • 칼국수, 비빔국수, 콩국수, 만두 모두 8천원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