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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맛집 No.112] 긴 세월 동안 이어온 따뜻하고 부드러운 추억의 명소, <열차집>

열차집

 

사람은 동물계에서 유일하게 지난 일들을 되돌려 재구성하는 두뇌기능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각색해 영상화하거나 문자화해서 예술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술까지 갖추고 있다. ‘종로1가’ 스탠다드차타드은행(구 제일은행) 본점과 나란히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에 들어 있는 <열차집>은 서울 종로통을 생활 근거지로 젊은 시절을 보낸 직장인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 내력이 무려 60년, 1954년 문을 열어 1976년 주인이 한 번 바뀌었지만 옛날 그대로 변한 데가 없다.



빈대떡 열차집

 

변함없기는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주인이 바뀌고 38년이 지났지만, 나이 지긋한 고객들은 옛 기억들을 되새기며 여전히 줄을 잇고 있고 젊은 고객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남기고 간 추억의 흔적이 안겨주는 훈훈한 온기가 편안하다며 뒤풀이를 겸해 찾아 들었다가 평생 단골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열차집

 

크게 붐비지는 않지만 손님들간의 사소한 일이라도 내일처럼 배려해주며 언제 찾아도 부담 없이 편안하다는 것이 일관된 견해이고, 새 주인은 그런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주는 것을 소신처럼 여겨 음식 맛과 가게 안의 의자 하나도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피맛길’이 철거된 이후 다소 불편하기는 해도 옛 모습과 많이 닮아있는 지금 자리를 택해 옮겨 앉았다고 한다.



굴전

 

메뉴는 여전히 ‘녹두전’과 계절에 맞춰 내는 ‘굴전’이 주가 된다. 식사메뉴가 따로 없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안주 한가지로 ‘소주’ ‘막걸리’를 종류대로 갖춰놓고 바쁜 도심에 테이크 아웃 카페처럼 소박한 선술집 분위기를 꾸준하게 지켜내고 있다.



녹두

 

가게 문을 열기 20~30분 전부터 돌리는 기계맷돌에서 갈려 나오는 녹두의 양을 조율해가며 1인분이라도 금방 갈아 즉석에서 붙여주는 고소하고 입에 붙는 맛이 안주가 되고 요기가 되어준다. 여기에다 남의 추억도 내 추억처럼 넘나드는 즐거움과 부담 없는 가격이 그 오랜 세월 수많은 단골손님들의 발길을 모아 준다.



녹두전

 

해가 기울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한두 테이블씩 찾아 드는 손님들이 들어서기 바쁘게 ‘녹두전’ 한 접시에 ‘소주’ 한 두 병을 받아놓고 술잔이 비워지고 나면 총총히 자리를 물려주고 일어서는데, 이런 모습이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진다. 

낮 시간에도 문을 여는 이유는 연로한 원로 고객들이 다소 한가한 시간대를 골라 모임 약속을 하고 찾았다가 빈 걸음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런 손님들의 대부분이 다른 약속이 있어서 시내에 나왔다가도 <열차집>에 들러 잠시 머물고 가야만 하루 일과를 다 마친 듯 마음이 가볍다는 인사를 남기고 간다. 


60년간 이어져온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흔적을 그대로 유지하며 훈훈한 온기로 가득 차있는 <열차집>! 부드러운 ‘처음처럼’입에 착~ 붙는 고소한 ‘녹두전’, ‘굴전’으로 가슴 따뜻한 추억까지 한 입 나눠보시길 바란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