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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맛집 No.99] 30년을 이어 온 손 맛과 특제 양념장의 여수 진미, <여수오동도>


서울에서 크게 성공한 음식점들 중, 자신의 고향과 특산물을 간판에 내걸고 직접 산지의 식자재와 양념을 가져다 사용하는 곳에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진미가 있다. <여수오동도>는 1980년대 초, 강동구 고덕동에서 여수 태생의 3자매가 문을 열었다. 고향인 ‘여수’의 특산물인 서대, 병어, 전어를 소재로 회, 찜, 매운탕 등 고향집 토속 별미를 선보이며 크게 성공을 거두었고, 그 여세가 30년을 넘고 있다.





대치동 <여수오동도>는 2000년대 초, 큰 딸 유연희(67세)씨가 분가해 나온 곳이다. 포스코 사거리에서 대치동 방향으로 언덕길 정상에 올라서서 사거리를 직진으로 건너 첫 번째 골목길로 우회전하면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메뉴는 여전히 ‘여수’에서 올라온다는 병어, 서대, 준치, 전어 등을 소재로 회, 조림, 구이, 매운탕을 전문으로 낸다. 그리고 모든 음식은 주인이 직접 만들고 <여수 오동도> 고유의 양념은 가족들 외에 누구에게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한다. 

회를 제외한 ‘졸임’‘탕’의 색깔이 하나같이 선명해 몹시 맵거나 짜게 보이지만, 맛있는 태양초고춧가루, 과일즙, 막걸리식초, 곰삭은 젓갈 등 남도지방 특유의 양념이 골고루 섞여 들어가 첫 입은 매콤하면서도 깊이 있게 감치는 뒷맛이 끝까지 이어진다.  




점심시간에는 ‘병어회덮밥’, ‘전어회덮밥’, ‘매생이국’, ‘장어탕’ 등 간편한 식사 메뉴가 주를 이루지만 회, 조림, 구이, 매운탕 등의 메뉴를 주문하면 서넛이 둘러앉아 무난하게 소주 한잔을 즐기며 점심모임을 가질 수 있다. 더욱이 탕과 구이에는 충분히 삭힌 ‘여수갓김치’ ‘젓갈무침’, ‘파절임’, ‘마늘장아찌’, ‘달래무침, ‘파래김’, ‘된장깻잎’, ‘멸치볶음’, ‘굴 미역국’ 등 토속적인 찬들이 기본으로 따라 나오는 데, 간이 알맞아 안주로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 





겨울철에는 ‘병어조림’, ‘갈치조림’, ‘서대조림’ 외에 ‘대구탕’도 계절별미로 오르는데, 그 중 유독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는 ‘병어조림’이다. 알맞은 크기의 ‘병어’를 반 토막씩 잘라 인원수대로 냄비에 안치고 국물이 자박하도록 즉석에서 조려 주는데, 잔가시가 없는 하얀 병어살의 담백하고 고소한 뒷맛이 밥과 소주 어디든 제격이다. 

간이 정확하면서 병어에서 우러난 고소하고 진한 국물이 밑에 깔아놓은 감자, 무, 애호박 등 야채와도 잘 어우러져 국물과 함께 떠먹는 맛이 어디에 견주어도 손색 없는 훌륭한 안주가 된다.     
3~4인 기준으로 3만~5만원대의 조림과 탕을 주문하면 밥과 국이 1인분 1천원으로 따라 나오고, 인원수에 비해 안주가 다소 모자란다 싶으면 조림이 완성되는 동안 생굴이나 파전을 한 접시 주문해 소주를 한 잔 하는 것도 좋다.

몇 번이고 채워주는 5~6가지의 계절 반찬과 밥도둑, 술도둑이 따로 없는 특제 양념장의 조림이 일품인 <여수오동도>! 매콤한 첫 맛과 깊이 있게 감치는 뒷맛을 자랑하는 ‘생선 조림’을 맛보고 싶다면 부드러운 ‘처음처럼’과 함께 <여수오동도>에서 여수 진미를 한껏 느껴보길 바란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