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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맛집 No.96] 탱글탱글~ 쫄깃쫄깃~ 43년간 다져진 '닭발 원조집’의 손맛, <현고대닭발>


<현고대닭발>은 고대 앞 사거리에서 2대(43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닭발 원조집’이다.

주인 현영희(72)씨는 28살 되던 1971년 겨울, 집 앞에 ‘닭발’과 ‘돼지갈비’를 굽는 포장마차를 열었다. 생전 처음인 음식장사였지만 타고난 붙임성과 정성을 들여 준비한 안주들이 학생들은 물론 동행했던 교수들도 한번 다녀가면 단골이 되어 꾸준히 찾아주었는데, 그 여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30대 재학생들을 비롯해 졸업 후 정, 재계에 진출한 거물급 인사들도 중•노년의 동문들과 합석해 모임을 갖는 등 고대 앞 사거리의 확실한 ‘명문 소줏집’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찾아오는 고객들의 1순위 메뉴는 ‘매운 원조 닭발’이다. ‘닭발’은 원래 먹기가 쉽지 않은 먹을 거리다. 손이 많이 가기도 하지만 먹는 데도 퍽 섬세한 입 놀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음식점에서는 국물을 내는데 쓰거나 집에서는 백숙을 끓이면 성장한 딸들에게 주면서 나중에 ‘시집가면 재산을 많이 모으게 된다’며 알뜰하게 발라먹으라고 일렀다. ‘닭발’ 원조 할머니의 ‘닭발’ 자랑은 닭고기 중에서 ‘닭발’ 만큼 맛과 영양가가 뛰어난 부위가 없고, 흠이라면 양념 값이 ‘닭발’ 가격보다 더 들어간다고 한다. 쫀득한 질감입에 붙는 뒷맛제대로 된 양념과 어우러지고 나면 말 그대로 손색없는 소주 안주가 된다. 

‘닭발’ 원조 할머니가 자랑하는 ‘닭발’은 위생처리가 완벽한 닭 전문도축장에서 깨끗하게 손질해 ‘뼈 있는 닭발’과 ‘뼈 없는 닭발’을 구별해 닭고기와 같이 포장해온다. 여기에 태양초 고춧가루와 마늘 등 갖은 양념으로 비벼 즉석에서 굽는데 이런저런 선입견이 무색하다.   



손님들은 대부분 ‘뼈 없는 닭발’과 ‘뼈 있는 원조 닭발’을 섞어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 앙상한(?) ‘닭발’을 하나씩 들고 쫀득쫀득한 살을 발라내 먹는 재미가 싫지 않기 때문이다. 손끝부터 묻기 시작하는 빨간 양념이 입언저리까지 옮겨 묻으며 그 얼얼하게 달아오르는 열기가 차가운 소주와 제격으로 어울린다. 덩치 큰 남자들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한 번 입에 대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한 마력이 어디에도 비할 데가 없다고 한다.

‘닭발’이 지니고 있는 효능도 손님들이 더 세밀하게 알고 있다. ‘닭발’의 타고난 쫄깃한 질감에는 콜라겐으로 불리는 특수 아미노산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다는 설명도 전문교수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닭발’은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동상에 걸리는 법이 없고 강한 면역성까지 지니고 있다. 그 단백질의 구성과 묘한 맛을 과학이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고 앞으로 어떤 별미로 변신해 갈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면 ‘닭발’ 외에도 닭 가슴살을 양념에 재워서 내는 ‘닭갈비’와 ‘돼지갈비’도 올라있지만, 찾아오는 손님들마다 빨갛게 비벼내는 ‘원조 닭발’부터 주문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 동안 원조집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상호도 없이 ‘닭발원조’ 로 불렸지만, 주변에 우후죽순 격으로 닭발집 간판이 내걸리고 모두가 ‘닭발원조’라고 자처해 2001년 가게를 넓히면서 원조할머니의 성씨와 고대를 합친 <현고대닭발>로 개명하고 2005년 상호등록을 마쳤다. 가게 운영도 원조 할머니가 70세를 넘기면서 한 발 뒤로 물러서고 아들 이건우(48)씨에게 대물림 했다. 



‘닭발’ 가격도 10년 새 갑절로 뛰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격변동에 상관없이 고대 앞 소주골목의 1등 안줏감으로 명성이 이어지고 있다. 옛 분위기가 크게 변하지 않은 골목길과 60년대 포장마차의 드럼통 테이블이 17개, 50~70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새벽까지 가득하고, 예전에는 밖에서 담배를 두어 대 피고 난 뒤에야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대화를 향수처럼 주고받는다.


몇 십 년이 흐른 뒤에도 지금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현고대닭발>! 한 번 맛보면 얼얼하지만 멈출 수 없는 중독성탱글~ 탱글~ 쫄깃~ 쫄깃~한 ‘닭발’ 고유의 맛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현고대닭발>에서 부드러운 ‘처음처럼’과 함께 43년간 다져진 ‘닭발 원조집’의 손맛을 직접 맛보길 바란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