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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맛집 No.84] 옛 종로통 중국집의 비법을 그대로 이어받은 '신신원'

 

옛날 한국의 선비들은 종잇장처럼 얇게 썬 어란을 입천장이나 어금니 곁에 붙이고 약주나 소주를 한 모금 머금은 뒤, 혀끝으로 살살 녹이며 향긋한 향과 자근자근 씹히는 묘미를 즐겼다고 한다. 이처럼 술은 안주에 따라 맛과 향은 물론이고 분위기와 격이 달라진다. 



오래 전 종로통과 세종로 일대에서 젊음을 보낸 소주마니아들 중에는 무교동, 서린동 일대 낙지골목 사이로 몇 집 건너 하나씩 박혀 있던 중국집에서 소주의 입지를 다지는데 한 몫을 하기도 했다. 기본 안주를 만드는 동안, 즉석에서 빚어 삶아내는 ‘물만두’ 한 접시를 먼저 주문해 소주를 한 잔 나누며 입맛을 가다듬고 나면, 다음 순서로 자연스럽게 ‘오향장육’이 따라 나왔다. 이렇게 한두 잔씩 더 건네고 나서 수북하게 담아내는 짜장면 한 그릇으로 뒷마무리를 하면 새벽까지 이어지는 야근을 거뜬하게 버텨낼 수 있었다.

 



<신신원>은 도시재개발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청진동 끝자락에서 종로구청을 대각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1992년 인사동에서 오픈해 그 내력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개업 당시 60~70년대 명성을 날렸던 주방장들로부터 옛날 종로통 중국집의 명맥을 고스란히 이어받을 수 있었다.


 


그 덕택으로 만두피가 유난히 부드럽고 고소한 ‘물만두’와 넉넉하게 담아내는 ‘오향장육’은 예나 지금이나 소주 안주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향장육’은 중국요리의 대표적 향신료인 팔각향, 정향 진피, 계피, 산초, 후추 등 다섯 가지의 향과 흑설탕, 간장, 청주, 대파, 생강 등을 넣고 푹 삶아낸 돼지고기 앞다리살과 목살로 만든다. 빳빳할 정도로 지방이 말끔하게 빠져나가 담백한 식감을 자랑하는 돼지고기의 향긋한 향미소주의 부드러운 맛과 제격으로 어우러진다. 여기에 고수 잎을 한 잎 더 얹으면 소주의 맛은 새로운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오향장육’을 삶아낸 오향장은 젤리처럼 식혀 얹고 송화단(피단)을 몇 점 곁들이는데, 수북하게 깔아주는 파 채 오이를 얹어 먹는 맛 또한 소주 맛을 신선하게 받쳐준다.    


 


하얀 면발에 감자양파를 듬뿍 넣고, 짜지 않게 볶은 갈색짜장을 얹어 수북하게 담아내는 ‘짜장면’을 듬뿍 넣은 ‘짬뽕’이 대표적인 식사 메뉴인데, 말 그대로 옛날 짜장과 짬뽕의 면모가 완연하다. 어느 것이나 큼직한 그릇에 가득 담아내는 넉넉한 인심이 다 비우기가 힘겨울 정도로 푸짐한데 이것이 바로 점심, 저녁 시간 다양한 연령층의 단골고객으로 자리가 가득 메워지는 이유다. 


60~70년대 소주 매니아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던 종로통 중국 음식의 제대로 된 솜씨가 그대로 재현된 <신신원>! 부드럽게 넘어가는 ‘물만두’와 담백한 향미요리 ‘오향장육’의 진미를 맛보고 싶다면, <신신원>에서 부드러운 ‘처음처럼’과 함께 그 후덕한 인심과 특별한 솜씨를 직접 경험해 보길 바란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