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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평택맛집] 산골사랑 - 봄내음 가득한 15가지 산나물 상차림

봄이 오락가락하며 계절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재래시장에 나가보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명이나물과 고들빼기 참나물을 비롯해 제주도에서 올라온 햇고사리와 남쪽 도서지방에서 올라온 갓과 냉이 달래 쑥 등, 파란 제철 나물들이 수북수북 쌓여 입맛을 부추긴다. 새파란 봄 색깔이 눈 맛만으로도 몸 안의 생기가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자연에서 난 산나물은 텃밭에서 가꾼 푸성귀들과 또 다른 향과 기운이 내재해 있어 맛이 각별하다.

산골사랑은 평택시 세교동 평택공단 앞에 있는 산채집이다. 산채의 주산지인 강원 산간 지역과 꽤 떨어져 있는 평택에서 강원도 곰취와 참취, 두릅, 참나물, 홋잎, 질둑바리, 병풍나물, 얼레지 같은 희귀 산채 15가지를 사계절 상에 올린다. 모든 나물을 자연산이 아니면 상에 올리지 않는다. 자연산인지 재배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고사리는 상에 올리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연산만 고집한다.

주인 김종화(55)·이경옥(53) 씨 부부는 산채와 야생초에 남다른 애정이 있어 일찌감치 강원도 태백산과 소백산 줄기를 오르내리며 계절별 나물지도와 채취인들의 주소를 지도에 옮겨놓았다. 그리고 2001년, 살림집을 개축해 식사 공간을 마련하고 이른 봄부터 소백산에서 시작해 정선과 평창, 태백 등 지도에 표시된 대로 강원 내륙의 산채 산지를 돌며 1년 사용할 물량을 확보해놓고 “산골사랑”을 열었다.

이후 10년 넘게 오대산과 발왕산, 양양군으로 이어지는 점봉산과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1년간 사용할 나물을 1년 농사 못지않게 정성을 들여 채집한다. 나물 철은 농사를 짓듯 밤낮없이 바쁘고, 채취 기간이 끝나면 말린 나물들을 같은 방법으로 수집해오기 위해 수확한 작물을 갈무리하듯 또 한 번 바빠진다.

4월부터 차례로 채취하는 홋잎과 질뚝바리, 어누리, 얼레지, 곰취와 미역취, 다래순, 산마늘, 참취, 엄나무순, 오가피순 등 이름만으로도 산골 내음이 물씬 풍기는 제철 산나물들을 각기 특성에 맞게 데쳐서 말리거나 염장하고 냉동해놓는다. 모두가 고가의 계절 식물이어서 주인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수집한 나물이 40가지가 넘고, 수집한 나물의 저장방법과 손질에 따라 나물의 향이 살아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르게 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저장관리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나물을 낼 때도 날씨와 고객들의 성향을 살펴 균형감 있게 가짓수를 맞춰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조리할 때, 데칠 것은 데치고 물에 불려 알맞게 우려낼 것은 우려내기를 반복해 소금과 들기름만으로 무쳐 고유의 향과 질감을 최대한 살려낸다. 색깔과 맛의 조화까지 균형을 이뤄내는 일이 쉽지가 않다.

상에 오르는 나물이 평균 12~15가지. 여기에 된장찌개와 장아찌 고들빼기김치, 달래 무침 등을 곁들여 20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금방 지은 돌솥밥의 누룽지 숭늉까지 더해진다. 모두가 민감하리만큼 혼신을 다하지 않고는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무공해 산채를 바탕으로 전국 어디에도 없는 고유한 상차림인 것만큼은 틀림 없고, 주인 부부는 이런 상차림을 차려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고 보람이라고 말한다. 입소문으로 평택 지역은 물론, 수원과 분당, 멀리 서울에서까지 단골손님이 이어진다.

들기름을 2~3일 간격으로 직접 짜오고, 고추·마늘도 현지를 찾아 진품을 골라 온다는 주인의 정성이 나물 하나하나에 그대로 베어 있어 산나물의 맑은 향취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 메뉴 : 산채정식 2인 상부터(1인분) 1만 2천 원, 1만 7천 원, 2만 6천 원.
  • 주소: 평택시 평택동 경기대로 635
  • 전화 : 031-656-2044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