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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북창동맛집] 톡 쏘는 얼얼한 매운 맛, 원조할머니낙지센타

1970년대 국민소주의 등장과 때를 같이해, 첫 등장한 대표안주가 서린동낙지골목의 낙지볶음이었다. 고추장삼겹살과 돼지갈비 뼈다귀감자탕 보다 10년쯤은 앞선 일이다. 낙지볶음이 소주의 첫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충분했다. 그 때는 낙지도 흔했지만, 지금보다 쓴 맛이 다소 강했던 소주에, 톡 쏘듯 매운맛과 얼얼한 뒷맛이 소주의 쌉쌀한 맛을 지워내고 열기를 실어주는 효과가 확실하게 뛰어났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저지방 저칼로리의 담백한 맛은 웰빙안주로 더할 나위 없는 위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1970~80년대 종로1가와 광화문거리는 서린동낙지골목으로 소주꾼들의 인지도가 꽤나 드높았다. 지금은 7순을 헤아리는 자칭 명동파 연예인들의 대부분이 커피는 명동에서 마시고 소주는 서린동 낙지골목에 와서 즐겼다.

60년대 중반부터 들어선 낙지볶음집은 70년대로 접어들면서 종로통 양쪽 피마길이 온통 낙지집로 이어졌다. 그리고 평일은 젊은 직장인들의 점심식사와 간단한 소주집으로, 주말은 연인들의 데이트장소로 집집마다 자리가 가득 메워졌다.

2010년, 그 마지막 보루였던 교보문고 뒤편 피마길이 사라지면서 서린동낙지골목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낙지골목을 지켜온 주인들도 세월을 다해, 아예 물러앉거나 뿔뿔이 흩어져 행적을 찾기 어렵게 됐다.

원조할머니낙지센타는 1965년, 교보문고 뒤편에서 문을 열었다. 3대 45년을 이어오던 가게가 헐리고, 2010년 5월 북창동관광단지로 옮겨 앉았다. 창업당시 40대 중반이던 박무순씨는 올해 96세를 헤아리게 됐고, 지금도 여전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손자와 함께 가게 일을 돌보고 있다.

1~2층 2백석이 넘는 가게에 하루 낙지소비량이 만만치 않아 큰아들이 직접 낙지중개인으로 나서 신선한 낙지를 입찰해오고, 고추와 마늘은 40년 넘게 거래해온 중개상들을 통해 꼭 알맞은 것을 골라와 옛 맛을 가장 가깝게 살려내고 있다고 한다.

고추와 마늘 대파 외에 들어가는 것이 없어야 맛이 칼칼하고 담백하다는 낙지볶음은 입에 들어가는 순간 입안에 불이 일고 온몸의 기공이 열리며 몸이 온통 땀에 젖지만, 뱃속은 편안한 것이 옛 서린동낙지의 특징이라는 게 박할머니의 설명이다.

장소를 옮겨 앉으면서 메뉴도 손을 보았다. 낙지볶음과 조개탕이 여전히 주축을 이루고, 지역특성을 감안해 연포탕과 산 낙지가 곁들여졌다. 그리고 점심메뉴로 낙지볶음백반을 올렸다.

원조할머니낙지센타
  • 낙지볶음(2인)1만8천원, 조개탕 1만원. 연포탕(중/2~3인분)3만5천원.
  • 주소 : 서울 중구 북창동 60
  • 전화 : 02-734-1226~7
지도를 클릭하시면 위치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음식 칼럼니스트 김순경

1940년 평양 출생. 70이 넘은 나이지만 한 손에는 아이폰, 가방 속에는 DSLR 카메라와 태블릿PC를 늘 가지고 다니며 한국 음식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 개인 홈페이지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직접 관리하고 계시죠. 30년 동안 취재한 맛집이 4,000 곳,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맛집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고 계신 열혈 대한민국 1호 음식 칼럼니스트. :-)